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이사회를 열어 일본 도시바메모리(TMC)에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본계약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7일 오전 이사회에서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인 도시바메모리 투자 건을 의결했다.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금액 2조엔(약 20조원) 가운데 3950억엔을 부담하기로 했다. 이 돈은 미국 베인캐피털과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돼, 3950억엔 가운데 1290억엔(약 1조3000억원)은 전환사채(CB) 취득에 쓰인다. 나머지 2660억엔(약 2조7000억원)은 펀드로 운영되는 특수목적법인에 출자자 형태로 투자돼 도시바메모리 경영활동에 쓰이게 된다. 에스케이하이닉스 관계자는 “본계약을 앞두고 준비 차원에서 공식적인 이사회 의결을 했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 투자금 4조원은 컨소시엄 참여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금액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연합에는 에스케이하이닉스를 비롯해 베인캐피털, 도시바, 호야, 애플, 시게이트, 델 등이 참여했다. 도시바메모리 지분은 본계약 체결 뒤 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이 참여하는 컨소시엄과 도시바, 일본 장비업체 호야가 각각 49.9%, 40.2%, 9.9%를 갖게 된다. 경영권은 일본 쪽이 갖는다. 향후 2∼3년 뒤 주식공개(IPO) 등을 거쳐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변동돼 에스케이하이닉스가 1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다국적 기업 간 치열한 인수전을 벌인 도시바메모리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37%)에 이은 2위(19%) 업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1% 점유율로 샌디스크(15%)에 이어 4위 업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플래시메모리의 하나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주저장장치로 활용된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개발과 함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분 투자로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 및 기술적 측면에서 선제적 우위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은 27일 에스케이하이닉스 이사회 직후 본계약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애초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연례만찬 참석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조정해 일본에 먼저 들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내년 3월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