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3세들이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얻었다고 경제개혁연대가 분석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9일 ‘주주대표소송 판결을 계기로 본 한화에스앤씨(S&C) 관련 지배구조 문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화가 한화에스앤씨 주식을 총수 아들에게 싼값에 넘겼다는 혐의에선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 문제는 여전히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화에스앤씨는 김 회장의 아들 김동관(50%)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25%)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25%)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한화 계열사의 아이티(IT) 관련 일을 도맡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2일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 회장과 한화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05년 한화가 갖고 있던 한화에스앤씨 주식 40만주(지분 66.7%)를 김동관 전무에게 싼값에 팔아 한화가 600억원대의 손해를 입었다는 혐의로, 경제개혁연대 등이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한화에스앤씨의 공시를 분석해보면, 이 회사는 2001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돼 2005년 총자산(연결기준) 723억원 규모의 회사였다. 이후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했다. 2016년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총자산은 2조5280억원, 매출은 8579억원이었다. 2005년에 견줘 총자산은 35배, 매출은 7배 증가한 셈이다. 한화에스앤씨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50.85%를 기록하는 등 그동안 50%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한화에스앤씨가 김승연 회장 아들의 회사로 바뀐 뒤 열병합발전소를 잇달아 인수한 것은 한화그룹 내 에너지 관련 회사의 사업기회를 총수 일가 회사가 편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에스앤씨의 기업가치가 커지면서 김동관 전무 등의 재산은 급속히 증가했다. 김 전무는 한화에스앤씨로부터 배당금만 325억원을 받았고, 보유 주식 가치는 7117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주식을 사는 데 들인 614억원을 빼면 11년 동안 6828억원이나 재산이 증가한 셈이다.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씨의 지분도 함께 계산하면 이들 형제는 한화에스앤씨를 통해 1조3542억원의 부를 늘렸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한화에스앤씨의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2의 삼성에버랜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지분은 김승연 회장(22.65%)이 대부분 갖고 있고, 김동관 전무(4.44%) 등 아들들이 보유한 지분은 훨씬 적다. 이 정책위원은 “한화에스앤씨를 ㈜한화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율 등의 문제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스앤씨는 승계를 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현재로써는 ㈜한화와 합병시키는 등의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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