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승계 대신 매각 택한 락앤락 주목
“전문경영인·이사회 관계 재정립 필요”
“전문경영인·이사회 관계 재정립 필요”
국내 밀폐용기 1위 업체인 ‘락앤락’의 창업주 김준일 회장은 지난달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모펀드인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다. 국내 기업 역사상 보기 힘든 사례다. 김 회장은 매각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그게 큰 짐이 될 것이다. 자식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한 끝에 매각을 결정했다”며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성공률이 가장 낮다. 자식의 의욕과 현실은 다르며 경험적으로 판단할 때도 그것은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한국의 거시 경제적 상황을 봤을 때 지금이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가 지난 7월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제언’을 보면, 락앤락의 사례는 한 기업에만 그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기업을 둘러싼 총수와 임직원, 주주 등 대다수 이해관계자들은 고도 성장기의 혜택을 공유했다. 기업 성장의 과실이 훨씬 많아져 지배구조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경우가 많았다. 총수 일가가 지분율이 낮아도 경영에 참여해 얻는 사적인 혜택이 매우 컸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후진국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2016년)를 보면 회계감사·공시 62위, 소액주주 보호 97위, 기업경영윤리 98위, 이사회 109위에 머물렀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덮어진 문제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저성장기에는 기업의 위험 관리와 혁신, 기업성과의 배분 문제가 더 중요해진다”며 “합리적 의사결정 기제로서의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선진국 경제는 법·제도·규범·신뢰 등 사회적 자본이 성장을 견인하는 것처럼 한국도 투명성·예측가능성 증가를 통해 거래 비용을 감소시키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창업주 일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벌이 복잡한 소유구조를 탈피하고 총수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관행을 없애야 하며, 지배주주가 이사회 의장으로 역할을 바꾸는 등 전문경영인·이사회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등 지배주주가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외부 충격’도 동반해야 한다고 봤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이창민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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