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3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2017'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CE·소비자가전부문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공백에 대해 “참담할 정도로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다”며 “무섭고 두렵다”고 토로했다. 권오현 부회장이 최근 사내에 “흔들림없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자”고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또다른 삼성전자 수뇌부가 법정에서 실형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를 강하게 우려하고 나섰다.
이 부회장 주변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이런 모습은 미래전략실 해체 등에도 불구하고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한 경영시스템이나 기업 문화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윤 사장은 3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듯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를 털어놨다. “어선의 선단을 생각해보라, 어선이 여러 척이 나가서 공동작업을 통해서 고기를 잡는다. 선단장이 부재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랄지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 아이티(IT)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함대나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다. 참담하고 답답하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의 사업부문을 받고 있는 자신을 배의 선장이라고 비유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선단을 이끄는 선단장이라고 하며 말을 이었다.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고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을 하고 있는데 일개 배의 선장이 할 수 있겠느냐, 내가 맡고 있는 사업의 일부분이라면 괜찮은데 각 부문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할 수 없다. 부회장 부재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여러가지 전략을 짜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리더들을 만나고 해야하는데 그것을 하나도 못하고 있다.”
이날 윤 사장은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의 전략을 말한 뒤 질의응답을 받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회사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처럼 답했다. 그는 또 이 부회장 1심 선고가 있기 하루전인 지난달 24일 이 부회장 면회를 다녀왔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 부회장이) 몇가지 말씀하신게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여기서 말하기는 곤란하고, 비즈니스 관련해 ‘일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며 입을 다물었고 “사업에 대한 뭐라고 해야하나 목이 막힐라고 해서”라며 잠시 목이 메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인수합병하려다 막판에 무산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하지는 못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이 있어서 제때 의사결정을 못했다. 내부적으로 타이밍을 놓쳤다.”
윤 사장은 지난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뒤 회사 조직 내 변동은 없다고 전했다.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위기에 대응하는) 그런 게 없다.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서 여러가지 결정을 하는데 그런 게 작동이 안되서 두렵다고 말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총수의 공백을 맞아 이른바 ‘플랜 B’도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윤 사장은 ‘선단장을 누가 대신할 수 없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이었다. “제 (가전) 사업은 제가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부회장의 생각에 견주면 천분의 일도 안된다. 오너십의 발로가 삼성을 이뤘고, 삼성을 발전시키리라고 본다.”
총수일가의 공백을 우려하기 보다 ‘삼성전자는 주식회사여서 다른 이가 경영을 할 수 있다’라는 지적에도 윤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베를린/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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