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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반도체 초석’ 다진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 별세

등록 2017-08-20 19:41수정 2017-08-20 19:55

고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
고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

한국 전자업계의 산증인인 강진구 전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이 19일 오후 8시4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

경북 영주에서 출생한 고인은 1973년 삼성에 입사해 삼성반도체통신 사장, 삼성전기 대표이사, 삼성전자·삼성전관·삼성전기 회장, 삼성그룹 구조조정위원 등을 거치며 삼성 반도체의 초석을 깔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위해 허허벌판이었던 기흥의 반도체 단지를 장마철에는 장화를 신고 직접 돌아보고 현장 작업자를 격려했으며, 밤을 지새우는 연구 기술진과 함께 하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세계 1위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졌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6년 강 전 회장이 발간한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 추천사에서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최대의 공로자”라며 “세계 전자업계에서조차 강 회장을 한국 전자산업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고인은 이 책에서 “1982년 이병철 회장의 파격적인 지시로 64케이디램 개발에 착수했다. 선진국들의 코웃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미 한국인 기술자들과 우리 기술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듬해 개발에 성공해 세계를 경악케 했다”며 “여세를 몰아 256케이디램, 4메가디램, 16메가디램의 개발에 잇따라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가격의 폭락으로 고전을겪기도 했지만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기록한 바 있다. 그는 1995년 6월 ‘삼성 명예의 전당’ 설립과 동시에 첫번째로 헌액된 인물로도 유명하다.

고인은 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방송(KBS)과 미8군 방송국에 근무한 데 이어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이사를 거쳐 1973년 삼성전자 상무를 시작으로 ‘삼성맨'이 됐다. 상무로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전무로, 전무가 된 지 9개월 만에 다시 사장으로 발탁되는 초고속 승진의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2000년 12월31일 건강 문제와 후진 양성을 이유로 삼성전기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유족으로는 아들 강병창(서강대 교수), 딸 선미(서경대 교수)·선영씨, 사위 안성욱(자영업)·유권하(<중앙일보 데일리> 경영총괄)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23일 오전 7시다. (02)3410-6914.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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