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재벌 3세 승계 작업은 유지하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강화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갈 ‘묘수’를 내놓았다. 특히 그동안 다른 재벌들이 지분 승계를 위해 주로 쓰던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날 전망이다.
한화에스앤씨(S&C)는 11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컨소시엄’(이하 스틱컨소시엄)에 한화에스앤씨 정보기술서비스 사업 부문 지분 44.6%를 2500억원에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10월께 회사를 존속법인과 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 한 뒤 스틱컨소시엄에 사업 부문 법인의 일부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다. 주주에게 지분을 주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사업법인 지분 100%를 갖는데, 이 가운데 44.6%를 매각하는 셈이다. 한화에스앤씨 존속법인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 지분과 조직 일부만 남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한화가 한화에스앤씨를 쪼개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때문이다. 이 회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 김동선씨가 각각 지분 25%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3641억원) 가운데 2570억원(70.6%)이 내부거래 덕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비상장사)일 때 내부거래가 연 200억원 혹은 매출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한화에스앤씨도 대상이다. 하지만 물적분할로 총수일가 지분은 존속법인에만 남고 내부거래를 할 신설법인에는 없어,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한화에스앤씨도 “공정거래법 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의 취지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을 여러모로 검토했다”며 그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한화에스앤씨의 분할은 향후 한화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가늠케 한다. 증권가는 한화그룹이 향후 한화에스앤씨 존속법인과 ㈜한화가 합병해 3세에게 그룹 지배력이 넘어갈 것으로 점친다. ㈜한화는 한화생명,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을 거느리고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다. 김승연 회장(22.65%)이 최대주주인 반면 장남 김동관 전무는 4.44%에 불과하다. 김 전무(50%) 등 세 아들 지분이 100%인 한화에스앤씨 존속법인와 ㈜한화를 합병하면 자연스럽게 3세들의 한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게 된다. 한화는 지난 2015년 삼성에게서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인수해 한화에스앤씨 자회사로 편입시켜 회사 가치를 키워놓았다. ㈜한화와 합병시 비상장사인 한화에스앤씨는 자회사 지분 등 자산가치를 인정받아 유리한 합병비율을 점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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