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벌 그룹 임원일지라도 총수 일가일 경우엔 전문경영인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말고도 급여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재벌그룹 회장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해 재벌 총수일가인 임원이 전문경영인보다 평균 7억원(1.69배)을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벌 임원과 직원의 보수 격차는 8.58배로 전년보다 더 벌어졌다.
경제개혁연구소는 3일 지난해 상장사 임원들의 보수를 분석한 결과, 5억원 이상 고액보수를 받는 임원 가운데 총수일가 출신 임원이 전문경영인보다 평균 보수가 훨씬 높다고 밝혔다. 재벌(대기업집단) 총수일가 임원의 평균보수는 17억1700만원으로 전문경영인의 평균보수(10억1900만원)나 대기업집단이 아닌 회사의 총수일가(8억92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에서 퇴직금은 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올해 공시된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1135곳의 2016년 사업보고서를 조사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 임원보수 공시현황 분석’ 보고서를 냈다.
임원과 일반 직원의 보수 격차는 2015년보다 더 커졌다. 재벌 등기이사 780명의 평균 보수는 6억2200만원으로 직원(7200만원)과 보수 격차가 8.58배나 됐다. 이는 2015년 8.39배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재벌이 아닌 회사에서도 등기이사(5595명)의 평균보수는 2억3300만원으로 직원(4700만원)과 격차가 4.88배로 전년(4.74배)보다 커졌다.
재벌 총수일가 가운데 대표이사인 임원은 평균 20억61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2015년 평균 17억19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대표이사지만 전문경영인은 평균보수가 12억2300만원으로 총수일가 대표이사 연봉의 59%에 불과했다. 총수일가 임원은 배당으로 한몫 챙기는 동시에, 연봉도 더 많이 받는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92억8200만원을 받아 재벌 총수일가 임원 가운데 가장 많았다. 손경식 씨제이(CJ)제일제당 이사(82억1000만원)와 허창수 지에스(GS)그룹 회장(74억3600만원)이 뒤를 이었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6억4000만원)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억7500만원),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58억2800만원)이 5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회사 위기의 책임이 있는 총수일가가 고액 보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조석래 효성그룹 전 회장이 89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46억원을 받았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 유동성 위기로 계열사들을 매각하면서도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29억9800만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 파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최은영 유수홀딩스 대표이사도 11억2200만원을 받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총수일가 임원이 전문경영인보다 뚜렷한 이유없이 더 많은 보수를 받아가는 등 불투명한 기업임원 보수를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연구위원은 “전체 임원의 약 6%에 불과한 개별보수 공시 임원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공시기준을 현행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출 필요가 있고, 보수 산정기준과 방법·임원보수 규정 등을 기업이 공시해 임원의 보수가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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