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쓰러진 뒤 비밀에 붙여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4년 4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여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일 삼성그룹 사정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주 양호하다. 건강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또 “침대에만 누워 있지 않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를 오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리며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샀지만,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뇌물’ 혐의로 구속된 뒤 이 회장의 건강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희 회장의 병세는 2014년 그가 갑자기 쓰러진 뒤 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조금씩 차도가 있다”는 등 상태가 전달되기도 했다. 이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수요사장단 회의 뒤에 하던 브리핑을 2015년 하반기에 없애면서 이 회장의 건강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사찰을 찾아 수륙재를 지냈다. 수륙재가 열린 대웅전에는 이건희 배상, 이재용 배상이라고 적힌 꽃이 세워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에 있는 외로운 영혼을 달래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으로, 홍라희 전 관장은 병원에 있는 남편과 구치소에 있는 아들을 위한 기원을 드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미전실 출신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병세에 변화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회사 내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가족 외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병실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3월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회사를 떠났고, 현재 이 부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회장이 입원중인 20층 브이아이피(VIP)병동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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