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기업인들과 ‘칵테일 타임’을 갖고 있다. 참석자는 권오현 삼성 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GS 허창수 회장,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 KT 황창규 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2017.7.28. /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에서 27, 2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맥주 미팅’을 보면, 한국 경제의 특징이 보인다. 그것은 바로 남성과 스포츠다.
이틀 동안 청와대에 모인 14명의 대기업집단 최고경영자, 총수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모두 남성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끄는 진용 역시 모두 남성이다. 장하성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모두 남성이다. 청와대 상춘재와 본관에서 두차례 열린 기업인과 간담회는 모두 넥타이를 푼 하얀 셔츠의 남성들 뿐이었다.
문 대통령이 6명의 여성 장관을 임명하며 공약인 여성 각료 비율 30%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파워’에는 여성을 찾기 힘든 셈이다.
물론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여성 경영자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업집단 전체를 상속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여성들은 계열사 한 곳을 경영하는데 그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경영실패로 그룹이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해제되기도 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매출액 기준(금융보험업은 영업이익) 국내 50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임원 중 여성의 수는 지난해 406명으로 전체 임원의 2.7%에 불과했다.
대기업 간담회의 또다른 특징은 ‘스포츠’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격 간담회에 들어가기 전 스포츠협회를 맡고 있는 대기업 총수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스키협회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양궁협회 회장)에게 한국 대표팀의 다음 올림픽 메달 전망을 물었다. 신동빈 회장은 “색깔에 관계없이 두개 정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배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 “배구를 직접 했냐”고 물어봤고, 조 사장은 “키가 크다고 운동을 다 잘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밖에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핸드볼협회를 맡고 있고, 현대중공업은 오랫동안 축구협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기업이 재정 여건이 열악한 스포츠협회를 맡아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올림픽 성적에 목을 매는 ‘한국적인 상황’ 때문이다. 기업과 스포츠협회의 관계는 때로 빗나가기도 했다. 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은 박근혜 정부때 승마협회를 맡았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바 있다.
또 이번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 모임은 프로야구 구단주 모임과도 같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모기업인 현대차, 엘지(LG), 한화, 두산, 롯데, 에스케이(SK), 삼성, 케이티(KT) 등 8곳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구본준 엘지 부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야구광으로 유명하다.
야구가 간담회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27일 1차 호프 미팅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죠. 성적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박 회장은 “지금 3등 하고 있는 부상 선수가 돌아와서 찍고 올라가야 하는데”라고 답하기도 했다. 대화 끝에 주변에서 최근 프로야구 순위 1위를 달리는 기아의 정의선 부회장을 의식해 “기아 여기 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완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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