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엘지디스플레이 부회장이 26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오엘이디에 사활을 걸었다.”
한상범 엘지(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회사의 사활을 걸고 방향타를 돌렸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최근 2020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파주에 건설중인 ‘P10’ 공장에 대형 오엘이디(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중소형 플라스틱-오엘이디(피오엘이디)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엘시디(LCD·액정표시장치)와 대형 오엘이디에 집중해왔다.
한 부회장은 26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이런 투자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아주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해서 사실은 결정이 늦어졌다. 피오엘이디는 경쟁사에 견줘 뒤쳐진 게 사실이다. 또 엘시디와 오엘이디를 병행해야 하는 고객 포트폴리오라서 자원을 (어디에 쏟아야 할지) 고민도 해야 했다. 이게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2020년까지 이런 목표를 놓고 차질없이 준비하겠다.”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은 변화를 겪고 있다. 최고급 텔레비전 시장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화면은 점차 엘시디에서 오엘이디로 바뀌고 있다. 미국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오엘이디로 바꾸면서, 엘시디를 납품했던 엘지디스플레이도 이미 매출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도 엘시디에 투자하며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상범 부회장은 “앞으로 엘시디 텔레비전에 대한 투자는 별도로 없다. (경북) 구미에 있는 P2, P3, P4 (엘시디 패널) 공장도 문을 닫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구미사업장엔 P5, P6 공장을 남기고 피오엘이디를 생산하는 E5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엘지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문을 닫는 시기는 상황을 보고 결정하고 이들 공장 노동자는 다른 공장 등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엘지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오엘이디 생산라인을 세우기로 한 결정으로 기술유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자, 한 부회장은 “오엘이디는 엘시디보다 (노하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이를 일축했다. 이방수 부사장은 “아날로그 성격이 많은 오엘이디는 쉽게 (기술) 복제가 안된다”며 “기술은 차세대를 개발해야지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고 해서 예술품처럼 가치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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