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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문 대통령, 대기업과 만남에 왜 오뚜기도 초대했을까?

등록 2017-07-23 18:03수정 2017-07-23 22:06

14대 그룹 경영인과 상견례 자리에 함께 불러
윤리경영으로 ‘갓뚜기’ ‘미담 제조기’ 별명
1500억대 상속세 내고 시식 직원도 정규직
묵묵히 해온 사회공헌…라면 가격 10년째 동결
오뚜기 창업자 고 함태호 명예회장
오뚜기 창업자 고 함태호 명예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 14대 그룹 경영인들과 만나는 자리에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참석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오뚜기는 모범적인 윤리경영으로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구매운동까지 일어날 정도로 인기 있는 기업이다. 정부가 오뚜기를 사례로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15대 기업 가운데 농협을 제외한 민간 14대 그룹과 대한상의 회장,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우수 중견기업 오뚜기 등이 참여한다”며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을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해 2개 그룹으로 나누어 이틀간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누리꾼들과 소비자들의 많은 칭찬을 받아왔다. 오뚜기가 보여준 훈훈한 미담과 원칙이 소비자들을 감동시키고 있어서다. 누리꾼들은 신이라는 의미의 ‘갓(God)’과 오뚜기의 합성어 ‘갓뚜기’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치솟는 인기로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졌고,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오뚜기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창업자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별세 직후다. 함영준 회장이 함 명예회장에게 오뚜기 주식을 상속받으면서 정직하게 1500억원대의 상속세를 냈다. 다른 기업들은 상속세를 덜 내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데 오뚜기는 원칙을 지켰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함 명예회장의 경영철학도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오뚜기는 전체 직원 3100명 중 36명(1.16%)만이 비정규직이다. 마트에 파견하는 시식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착한 기업’ 이미지가 더욱 부각됐다.

조용히 이뤄진 사회공헌 활동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함 명예회장은 생전인 2015년 11월 315억원 규모의 오뚜기 주식 3만주를 사회복지단체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남몰래 진행한 개인적인 기부였다. 금융감독원에 보유주식 감소 내용을 보고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4242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생명도 선물했다. 최근에 석봉토스트와의 선행도 뒤늦게 알려졌다. 2000년대 초 서울 무교동에서 노숙자들에게 하루 토스트 100개를 나눠주며 유명해진 ‘석봉토스트’ 김석봉 사장이 오뚜기가 자신에게 소스를 무상 제공했다는 사실을 자서전에 소개하기도 했다.

서민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갓뚜기’로 등극한 배경 중 하나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올해까지 식품가격이 줄줄이 올랐지만 오뚜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뚜기는 2008년 라면 가격 100원 인상 이후 지금까지 10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오뚜기 쪽은 “가격 인상 요인은 많았지만 라면 등 서민물가에 직결되는 식품 가격을 일제히 올릴 경우 가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2조원을 달성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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