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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삼성전자, 15조원 쓰고 잔치는 없었다

등록 2017-07-04 19:56수정 2017-07-04 20:09

세계 최대 평택 반도체 라인
성대한 준공식 없이 가동 들어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축포 없어
37조원 투자발표에 ‘생색내기’ 비판도
삼성전자가 7월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출하식을 열어, 최첨단 3차원 브이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안정수 상무, 백홍주 전무, 진교영 부사장, 김기남 사장, 권오현 부회장, 이상훈 사장, 황득규 부사장, 정영호 상임위원(메모리사업부 노사협의회).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7월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출하식을 열어, 최첨단 3차원 브이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안정수 상무, 백홍주 전무, 진교영 부사장, 김기남 사장, 권오현 부회장, 이상훈 사장, 황득규 부사장, 정영호 상임위원(메모리사업부 노사협의회).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15조원을 투자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성대한’ 잔치 없이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호황을 맞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앞으로 37조원(평택 라인 1차 투자분 15조6000억원 포함)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4일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제품 출하식을 열어 최첨단 3차원 브이(V)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2015년 5월 삽을 뜬 삼성 반도체 단지는 부지 면적이 모두 289만㎡로 축구장 약 400개 크기다. 이날 출하식을 한 생산라인 P1은 단일 라인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메모리에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반도체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출하식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 등 임직원 100여명만 참석해 ‘조촐히’ 치렀다. 2년 전 기공식 때는 ‘미래를 심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6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성대한 잔치를 할 분위기는 아니라고 삼성전자 쪽은 판단했다.

투자 계획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평택 1라인 증설에 바로 나서 2021년까지 14조4000억원을 더 투자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화성사업장에도 6조원을 투자해 신규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 시안의 반도체 라인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건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호황인)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고객들의 반도체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된 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밝힌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2021년까지 생산 유발효과 163조원, 고용 유발효과 44만명을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2018년까지 약 1조원을 들여 충남 아산 탕정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단지 인프라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항공사진.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항공사진. 삼성전자 제공
최근 반도체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메모리 저장력을 늘리는 데 올인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핵심 부품인 디(D)램과 낸드플래시를 확보하기 위해 돈보따리를 싸들고 한국을 찾아간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 외에 데이터센터 증설과 인공지능, 자동차 전장제품의 확대가 첨단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에이치에스(IHS)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2016년 1198억기가바이트(GB) 규모에서 2020년엔 5배 가까이 성장한 5084억기가바이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5월 7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기념동영상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5월 7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기념동영상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이 ‘공격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케이비(KB)증권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액 대비 CAPEX(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 비중은 2010∼2014년 35%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30% 수준을 예상했다. 과거와 달리 공장 증설 등의 투자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평택 공장 증설은 예상됐고, 그 외 추가 투자 규모는 내놓지 않았다. 단지 삼성이 국내 투자에 중요한 기업이라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겨냥해 자료를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투자발표로 삼성의 투자에 대한 절제력이 깨진 것이 아니다. 올해 공장 건설이 진행되면 내년 투자는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평택라인 제품 출하 소식에도 전거래일보다 1만1000원(-0.47%)이 하락했고, 수조원의 투자 계획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는 주요 업체 주가는 하락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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