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9일 첫 공식 만남 자리에서 일자리 창출에는 공감했으나 양보와 규제철폐 등 세부 역할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인삿말에서 “어떤 정책에도 부작용은 있지만 일자리 창출의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다면 좋은 정책”이라며 “경총과 언론이 작은 부작용을 부각하면 정책이 성공하기 어려운만큼 경총도 일자리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총이 사용자 측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다 큰 차원에서 양보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병원 경총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 재정경제부 정책국장으로 일했던 일화를 들며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당시 엘지필립스가 파주에 첨단 엘시디(LCD)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지역에 많은 규제가 있어 재벌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노 전 대통령은 일자리를 위해 무조건 하라고 지시했고, 그 이후 다른 계열사들과 부품 소재 중소기업 협력업체들까지 들어오면서 파주에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일자리 사업에 대해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고 아낌없이 지원해달라”는 말로 에둘러 규제 철폐를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는 박 회장 등 경총 임원진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있는 일자리위원회를 방문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지난달 말 김영배 경총 상임 부회장의 ‘비정규직 비판 발언’에 이어 청와대의 공개 경고가 있은 지 약 한 달만이다. 김 부회장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경총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했고 분위기는 괜찮았다”고 전했다.

박병원 회장은 “경총 회원사 경영자들에게 해고를 쉽게 해달라거나 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의 노동시장 개혁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계속 말해왔다”며 “노동시장 개혁의 초점은 미취업 청년과 실업자에 맞춰져야 하고, 단 한명이라도 더 일자리를 갖게 하느냐가 노동 개혁의 잣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층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정규직 노조의 변화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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