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부산신항 여성들의 손끝에서 30m 크레인이 ‘척척’

등록 2017-06-18 13:20수정 2017-06-19 16:57

Weconomy | 위미노믹스_‘야드 크레인’ 조종하는 여성팀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기사님, 확인하셨나요? 네, 알겠습니다.”

12일 오후 부산 강서구와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걸쳐 있는 부산신항 3부두의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한진터미널) 원격조종센터(Remote Control Center)는 도서관처럼 조용했다. 간간이 적막을 깨고 부산 억양의 여성 목소리가 흘러나올 뿐이었다. 이곳에는 책상에 앉은 직원 8명이 장치장에 서 있는 노란 ‘야드 크레인(ARMGC)’을 원격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이크를 통해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차량을 확인한 뒤, 조종간이 달린 제어장치를 능숙하게 움직였다. 책상 위 4대의 모니터가 화물차량을 비췄다. 한진터미널의 ‘심장부’ 같은 이곳은 모두 19명의 여직원이 2교대로 돌아가며 움직이고 있다. 약 400명의 터미널 직원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만으로 구성한 팀이다.

원격조종 버튼으로 10초만에
12m 컨테이너를 화물차 얹어
제각각인 화물차량 크기에 맞춰
크레인 밑 모니터에 의지해 조작

“꼼꼼한 여성이 더 유리하죠
화물기사들과 의사소통에도 강점”
한진터미널의 물류 회복에 기여
작년보다 처리 물동량 30% 늘어

부산 강서구의 부산신항 3부두의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원격조종센터에서 한 여직원이 12일 모니터를 보면서 ‘야드 크레인’을 조종해 대형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원격조종센터에서는 19명의 여직원이 2교대로 돌아가며 일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의 부산신항 3부두의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원격조종센터에서 한 여직원이 12일 모니터를 보면서 ‘야드 크레인’을 조종해 대형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원격조종센터에서는 19명의 여직원이 2교대로 돌아가며 일하고 있다.

30m 높이의 야드크레인이 장치장에 쌓여있는 40피트(약 12m) 길이의 대형 컨테이너를 대형 화물차량에 옮기고 있다.
30m 높이의 야드크레인이 장치장에 쌓여있는 40피트(약 12m) 길이의 대형 컨테이너를 대형 화물차량에 옮기고 있다.
한진터미널에는 높이 30m의 야드 크레인 42대가 있다. 직원들은 장치장을 8개 구역으로 나눠서 맡고 있다. 야드 크레인은 터미널 안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치장을 레일을 따라 오간다. 이들은 버튼 조작만으로 10초 만에 6m 높이에서 길이 40피트(약 12m)의 대형 컨테이너를 화물차량에 얹었다.

“자동화를 하면서 업무가 세분화 됐는데, 꼼꼼한 여성이 더 유리하죠. 화물기사님과 의사소통하는 것도 여성이 더 부드럽다는 강점이 있어요.”

팀에서 가장 긴 크레인 운전 경력을 가진 9년차 박희숙(32) 대리는 한진터미널이 문을 연 2008년부터 ‘야드 크레인 기사’를 했다. 화물차량이 터미널에 들어와 장치장에 차를 세우는 과정 등은 모두 자동화로 이뤄진다. 그러나 규격이 제각각인 화물차량에 컨테이너를 싣거나 여러 대의 크레인을 운영하는 일은 안전이 생명이기 때문에 원격조종센터에서 맡고 있다. 책상 앞에 놓인 작은 모니터 속 카메라가 비추는 야드 크레인 밑 상황에만 의지해 자동화 작업이 끝나는 6m 상공에서부터 크레인을 조작하는 것이다.

남성 직원이 대다수인 터미널 안에서 이들이 적응하는 과정은 늘 좋지만은 않았다. 입사 초기부터 이 업무를 해온 박 대리는 화물기사로부터 거친 말을 듣기도 했다. “기사분들이 자동화 시스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설명을 다 하는 과정은 힘들었죠.” 부드러운 응대로 화물기사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요즘에는 딸처럼 살갑게 대하는 이들도 있다.

“‘공주님~’ 이렇게 부르면서 우리와 통화하는 기사님도 있어요. 크레인에서 비추는 카메라를 향해 수신호도 적극적으로 하고, 아시는 분들은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 주실 때도 있죠.”

팀에서 가장 긴 크레인 운전 경력을 가진 9년차 박희숙(32) 대리
팀에서 가장 긴 크레인 운전 경력을 가진 9년차 박희숙(32) 대리
여성팀이 조종하는 ‘야드 크레인’은 현재 한진터미널의 물류 회복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 달 기준 20만8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에 머물렀던 물동량이 지난 4월 27만TEU까지 오르면서 회복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진터미널은 전체 물동량 가운데 60%를 차지하던 한진해운이 해체되면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박 대리는 “지난해에는 일감이 줄어들어 업무에 공백이 생기기도 했다. 그 시간을 자동화 시스템을 다시 손보고, 신입 직원들의 운전 교육을 하는 것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물동량이 낮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서 충분히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이 야드 크레인을 움직이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터미널에 일감이 늘어났다는 것은 다른 크레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머스크 소속 화물선 2대가 정박해 있던 한진터미널에는 선박의 컨테이너를 꺼내는 45m가 넘는 11기의 분홍색 ‘안벽 크레인(STSC)’ 가운데 10기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화물선과 화물차량 사이에 컨테이너를 옮겨 담으며 이익을 내는 컨테이너터미널의 속성상 크레인은 곧 ‘영업력'을 뜻한다. 이날 만난 한진터미널 관계자는 “3월 말부터 ‘2M(세계 1·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MAERSK)와 스위스 엠에스씨(MSC)가 결성한 선사 동맹)' 물량이 들어오면서 운영을 회복하고 있다”며 ‘한진해운’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6만2천TEU의 컨테이너를 6층까지 쌓아 올릴 수 있는 장치장에도 컨테이너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박 대리는 앞으로 여성 직원들이 야드 크레인 기사로 많이 지원하기를 기대했다. 또 자동화를 확대해서 터미널 업무 가운데 여성이 맡을 수 있는 직종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제는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터미널 물류 업무도 여성의 강점을 찾아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안벽 크레인도 자동화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부산/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박상우 국토부 장관 “로컬라이저 규정 위반 아니지만 미흡”...사의 표명 1.

박상우 국토부 장관 “로컬라이저 규정 위반 아니지만 미흡”...사의 표명

‘더 얇게’.. 삼성전자 23일 갤럭시 신제품 공개 2.

‘더 얇게’.. 삼성전자 23일 갤럭시 신제품 공개

“밥도 같이 안 먹어” 우리은행 계파갈등 언제쯤 끝날까 [뉴스AS] 3.

“밥도 같이 안 먹어” 우리은행 계파갈등 언제쯤 끝날까 [뉴스AS]

이복현 “최상목 대행에 ‘윤 대통령 체포’ 부담 적절치 않아” 4.

이복현 “최상목 대행에 ‘윤 대통령 체포’ 부담 적절치 않아”

10년 만의 단통법 폐지됐지만…보조금 경쟁 ‘뜨뜻미지근’ 이유는? 5.

10년 만의 단통법 폐지됐지만…보조금 경쟁 ‘뜨뜻미지근’ 이유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