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잇따라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알바연대회원들이 2013년 서울 마포구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김영배 부회장의 ‘비규정직 정책 비판 발언’에 이어 새 정부의 공약을 비판한 내부 보고서가 공개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로 앞장서 했던 ‘개혁 정부 때리기’ 역할을 경총이 맡는 듯한 모양새다.
경총은 1일 자료를 내어 “‘신정부 대선공약 분석 및 경영계 의견’ 보고서는 실무진이 내부적으로 경영계 의견 수렴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작성 중이었던 실무 수준의 검토자료일 뿐 공식적인 자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 보고서는 △비정규직 △공공부문 일자리 △최저임금 △공휴일 확대 △기초연금액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30개 항목으로 나눠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또 “기업의 자율성·효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공공부문 일자리 순수 증원은 12만개에 불과하며, 최저임금은 오히려 당분간 안정화돼야 한다”는 등 새 정부 공약과 극단적인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 보고서는 전경련·경총·대한상의 등 5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지역별 경제단체들이 포함된 경제단체협의회(경단협)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경제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새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공유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총은 지난달 30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이 보고서가 보고되거나 검토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경단협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 공약사항을 정리한 ‘신정부 노동정책 방향’을 보고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에서는 동향 교류를 할 뿐 이같은 보고서를 논의하지 않는다. 이 보고서 역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어 찾고 있는 중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총의 보고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경제단체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그동안 막 출범한 개혁 정부와 불협화음은 주로 ‘전경련’의 몫이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는 전경련의 한 임원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차기정부의 목표는 사회주의”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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