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직원들이 31일 창원2공장에서 제조된 건조기를 검사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1987년 창원2공장을 만들때 1년 생산량으로 설계한 것은 50만대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땅 한평 늘리지 않고 500만대를 생산한다. 그 비결은 공장 안에 들어가서 설명하겠다.”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에 있는 엘지(LG)전자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 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은 엘지전자의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스타일러(의류관리기) 등을 생산한다. ‘백척간두진일보’(이미 충분히 향상하였는데 다시 더욱 분발하여 향상하자는 뜻)가 적힌 생산라인에서 정나라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 차장이 쌓여있는 부품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대형 부품은 30분, 중형 부품은 2시간, 소형 부품은 4시간 단위로 공장에 입고된다. 부품을 쌓아놓지 않고 그때그때 공급받는다. 부품을 들여오기 위해 하루에 5t 차량이 950대가 들어오고, 이차들도 25분 내에 부품 하차를 끝내고 나가 물류대란이 없다.”
창원2공장은 4개 제품을 평균 11초에 1대씩 생산한다. 입고된 부품들은 무인운반차들이 작업자 옆으로 나르고, 무겁고 부피가 큰 부품은 천장에 설치된 장비(트롤리)가 제조라인으로 이동시킨다. 정나라 차장은 “작업자들이 불필요한 행동을 할 필요없게 작업자의 손 앞까지 부품을 이동시킨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줄지어 서있는 140m의 컨베이어벨트 생산라인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철판을 찍어내는 프레스부터 제품 포장을 끝내고 실리는 컨테이너까지 제품 생산 시간은 한대당 15분을 넘지 않는다. 현재 공장의 속도는 ‘풀가동’이라고 했다. 정 차장은 “제품생산 속도를 11초 보다 더 줄일 수 있지만 그러면 사람을 더 투입해야해서 효율이 떨어지고,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2공장에서 생산된 건조기가 자동으로 포장돼 실려나오고 있다. LG전자 제공
완성된 제품은 쌓아놓지 않고 98%가 바로 컨테이너에 실려 국내외로 향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JIT(Just In Time·적기공급생산)’ 시스템처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창원2공장은 이런 활동으로 공장 증설을 하지 않고도 30년 전보다 생산량을 10배 늘렸다. 자동화 수준(60%)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고 엘지전자는 자평한다. 건조기 생산 한 라인에는 60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엘지전자 쪽은 고용인원을 유지하고, 근골격계 질환 등이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작업에만 자동화 설비를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판매용 건조기 생산량이 지난해 월 4000대 수준에서 올해 4만대 수준으로 10배가 늘면서 엘지전자는 창원2공장 증설 검토에 들어갔다. 류재철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전무)은 “제품 수요가 커지면서 증설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검토하는 단계이고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LG전자 직원들이 31일 창원2공장에서 제조된 건조기를 검사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대기업들이 국내 공장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창원2공장의 증설 검토는 주목할 만 하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등으로 자동화 수준이 높아져 신규 공장 고용인력은 줄고 있지만, 혁신적인 제품의 성공은 지역 고용을 유지하는데 여전히 도움이 된다. 엘지전자는 국내에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았는데도 2004년 건조기, 2011년 신개념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내놓고 꾸준히 개발하며 기다린 바 있다. 엘지는 빨래접는 기계 등 새 가전 제품을 또 연구중이다. 류재철 사업부장은 “(국외공장으로) 빠져나가는 물량 대신 새 제품 생산물량이 늘어나면서 창원공장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창원(경남)/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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