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호칭 파괴…‘수평적 문화’ 바람
LG전자, 내달 사원·선임·책임 3단계
삼성전자·CJ 등도 시행, 호칭은 ‘님’
LG전자, 내달 사원·선임·책임 3단계
삼성전자·CJ 등도 시행, 호칭은 ‘님’
엘지(LG)전자는 7월부터 연구원을 포함한 사무직 직급을 기존의 직위·연공 중심의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한다고 31일 밝혔다. 사원 직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대리-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바꾼다. 직급을 단순화하는 것은 신속한 의사소통을 통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엘지전자는 설명했다.
이처럼 직급이나 호칭을 단순화하는 등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제대로 정착된 곳도 있는 반면 부작용으로 중단한 기업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직급을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했다. 호칭은 ‘○○○님’을 기본으로 하고, 부서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혹은 영어이름 등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도 2006년부터 직책자(본부장·실장·팀장 등)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니저’로 단일화했다. 대기업 호칭 제도 변화의 ‘효시’는 씨제이(CJ)그룹이다. 씨제이는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00년 1월 ‘님’ 호칭 제도를 도입했다. 사내에서 부장·과장·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버리고, 임직원 모두 상·하급자의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기로 했다. 초기에 어색해 하는 직원도 많았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 아모레퍼시픽·네이버·쿠팡·제일기획·카카오 등도 ‘호칭 파괴’에 나섰다.
실패한 기업도 있다. 케이티(KT)는 2009년 직위제(직급제)를 폐지하고 ‘매니저’라는 일괄 호칭을 도입했으나 2014년 다시 직위제(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를 부활시켰다. 케이티 관계자는 “연차와 직위에 따라 맡는 업무 성격과 난이도가 다른데, 직위를 통폐합해버리니 이런 구분이 잘 안됐다. 또 열심히 일하면 승진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안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직급 단순화 등 형식만 바꾼다고 해서 기업문화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이미 직급체계를 단순화한 기업의 직원 ㄱ씨는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만든다고 해도 임원들이 수직적인 지시와 보고체계를 만들어 놓고 유지하니 형식만 바뀔 뿐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완 안선희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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