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낸드플래시메모리. 삼성반도체이야기 누리집 제공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인 30조원 이상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에 맞춰 투자를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3일 홍콩에서 전날 열린 삼성전자 상반기 투자자포럼 발표를 보고 “2017년 시설투자 총액은 전년 대비 증가해 30조원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매해 투자자포럼을 개최해 중장기 성장동력 로드맵을 제시하는데 이번에 뚜렷한 변화가 돋보이는 분야는 반도체 후공정이다. 외부 고객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후공정 기술을 강화하는 시설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에 23조원을 투자했고, 2015년과 2016년엔 각각 25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투자가 집중되는 곳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이다. 반도체 시장은 이른바 ‘슈퍼사이클’을 맞은 상태다. 사물인터넷(IOT) 시대 컴퓨팅파워와 통신모뎀 등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찾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부쩍 주목을 받는 곳이 됐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가 넘겨준 설계 도면대로 웨이퍼를 가공해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퀄컴 등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들이 인텔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대신 주문을 넣을 가능성도 크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춰 지난 12일 지난해 정기인사를 건너뛰고 한 소규모 인사에서도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해 반도체 부문 규모를 키웠다. 또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애플의 주문과 함께 새 오엘이디(OLED) 생산라인 클린룸 확보 시설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올 초 이 부회장이 기소될때는 삼성전자에 투자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기업 인수합병(M&A)은 이재용 부회장이 관여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이 총수 일가가 구속된 상황에서 ‘대정부 카드’가 될 수 있는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 발표를 미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일단 삼성전자는 중국 등 후발 업체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시설투자 계획은 늘려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불확실성이 많았는데 평택 공장에 투자가 이뤄지는 등 삼성전자의 3D낸드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이 6~7월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 탓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할 타이밍에서 새 정부도 들어서고 (부회장 재판 등) 내부적인 여건을 고려해 더 큰 생색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은 8월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대규모 투자 계획은 민간 일자리와 직결된다. 그는 “반도체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효과는 없어졌지만 장비 발주나 부품 기업, 지역 경제에 효과는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