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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유혹을 즐겨라~” 어린이대상 광고 ‘문제’

등록 2005-11-14 14:02수정 2005-11-14 19:43

미국 배우 드류 배리모어가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베스킨라빈스31 광고. 출처 :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
미국 배우 드류 배리모어가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베스킨라빈스31 광고. 출처 : 베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
환경정의, EBS 어린이광고 모니터링 결과 “비교육적”
광고에서는 유난히 미인과 아기, 동물이 자주 소재로 다뤄진다. 이를 3B(Beauty, Beast, Baby)라고 부르는데, 이를 활용한 광고는 흥행성을 입증받는다. 순수한 이미지에 상업적인 광고의 동기가 가려지면서, 거부감을 걷어내고 소비자의 마음을 좀더 쉽게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광고에도 어린이가 자주 등장한다. 상품 이미지를 깨끗하고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어린이의 순박하고 깨끗한 이미지는 시청자들을 자극해 상품의 구매욕구를 높인다. 한때 우리나라 분유와 이유식 포장에는 ‘천사같이 복스러운 아기’가 그려져 인쇄되어 있었다. 모유보다 이유식이 더 건강한 아이를 기를 수 있게 해준다는 오도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분유와 이유식 광고에서 ‘사랑스런 아기’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비교육적인 광고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모니터링 결과와 관련해 배스킨라빈스31쪽은 “우리 광고는 20대를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에 <교육방송>에 광고하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교육방송> 광고는 좋은 시간에 광고를 얻기 위해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송공사에서 배정한 시간에 하는 연계광고일 뿐”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최고의 소비자? EBS 어린이·청소년 대상광고가 70%

“전체 광고 중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가 70%에 달한다. 안전상 위험이 있는 제품이 광고로 등장하고, 어린이들이 시청하기엔 부적합한 화면 구성과 언어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광고도 있다. 주말에 집중돼 있는 패스트푸드 광고는 외식 문화를 조장하는 폐해가 있다.”

환경정의 다음을지키는사람들은 9일 지난 8월8일부터 9월7일까지 한달간 <교육방송> 어린이·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의 전후·토막 광고에 등장하는 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토대로 “어린이 대상광고에 대한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모니터링 결과, 오전 7시~10시, 오후 3시30분~7시 등 어린이 시청시간대 방송된 총 757회 광고 중 어린이 대상 광고가 527회로, 이는 교육방송 해당시간 전체 광고의 69.6%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 시청층인 교육방송에서 이들이 주요한 소비주체로 광고주에게 인식된 것이다. 이 가운데 일반 먹을거리는 303회(57.5%), 장난감은 134회(25.4%), 패스트푸드는 90회(17.1%)를 차지했다. 어린이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장난감의 경우 수동완구임에도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거나 안전에 위험이 있는 제품을 광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생생감자칩, BBQ, 배스킨라빈스 등의 광고는 어린이들이 시청하기엔 부적절한 화면 구성과 언어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주말에 집중된 패스트푸드 광고의 경우 외식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환경정의는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이들에게 만화 캐릭터나 프로그램 등장인물을 내세워 제품을 홍보해 현실과 허구를 혼동하는 부작용이 있다. 또 어린이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패스트푸드 광고는 없어져야 한다”며 “어린이광고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1991년부터 어린이프로그램 앞뒤로는 어떤 광고도 못해

스웨덴에서는 1991년부터 ‘라디오와 텔레비전 관련 법’에 따라 어린이 대상 텔레비전 광고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오후 9시 이전에는 12살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장난감, 패스트푸드, 비디오 게임 등의 광고가 모두 금지되며, 어린이 프로그램의 앞뒤와 중간에는 어떤 종류의 광고도 할 수 없다. 어린이용 제품 광고는 밤 9시 이후 부모들을 대상으로만 방송할 수 있다.

환경정의가 교육방송에서 모니터링한 광고는 총 24개 제품이다. 뼈장군(롯데칠성음료), 젤루조아(해태제과), 짜파게티(농심), 첵스초코크런치(농심켈로그), 하이키드(일동후디스), 밥이랑(CJ), 퓨오레(서울우유), 리챔(동원F&B), 양파링(농심), 바나나과즙듬뿍(남양유업), 후디스분유(일동제약), 배스킨라빈스31(비알코리아), 마가렛트(롯데제과), 페디아슈어(한국애보트), 알로애(롯데삼강) 등 15개 제품의 일반 먹을거리와 콩순이(은행놀이, 컴퓨터), 스쿼드메가조트, 쥬쥬공주가방(이상 영실업), 신데렐라(미미)(미미월드), 디즈니아이스온정글어드벤쳐(SBS프로덕션) 등 6개의 완구류, 맥도널드(해피밀)·교촌치킨·BBQ(올리브유 치킨) 등 3개의 패스트푸드 제품이다.

아래는 환경정의가 이들 광고를 모니터링하며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다.

# 첵스 쵸코크런치

광고내용 : “진한 쵸코렛을 뿌려주고 싶네. 쵸코가 뭔가를 집어넣었어요. 이야~ 더 고소해졌구나. 크런치가 고소해진 이유가 뭘까요? 첵스쵸코크런치!”라면서 첵스 캐릭터가 등장해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음.

평가 : 아침식사 대용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밥 대신 시리얼을 외치는 광고로서 달콤한 맛과 자극적인 색상으로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전략. 어린이 비만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만 드린다고 외치는 시리얼 회사가 단맛이 강화된 시리얼로 어린이 소비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문제.

# 생생감자칩

내용 : “스무살에게 세상은 놀이터이다. 생기발랄, 생생감자칩” 생기발랄이라고 하기엔 도가 지나친 여주인공이 유혹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과자를 먹는 장면을 보여줌.

평가 : 감자칩의 신선도를 강조하기 위해 생기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으나 관능적인 자세와 미니스커트를 입은 것 등이 어린이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

생생감자칩 광고
생생감자칩 광고

# 젤루조아

내용 : “진짜 맛있겠다 젤루조아 좋아 좋아 오렌지 젤리 말랑말랑 젤리 속에 시원시원 슬러시 젤루조아” 오락프로그램의 MC가 최근 유행하는 춤과 음악으로 제품 광고

평가 : 최근 오락프로그램이 남녀 짝짓기, 신변잡기, 팀대항 게임 위주로 구성되어 어린이들의 정서와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이 광고는 어린이들의 모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음.

# 배스킨라빈스

내용 : “지금 나의 소원은 단 하나 아이스크림이 되는 것 아이스 앤 시티 배스킨라빈스31” 아름다운 주인공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남자가 그 여인이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

평가 : 외국 유명배우를 기용하여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을 최대한 섹시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고자 관능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어린이들이 시청하기엔 적합한 내용 아님.

# 신데렐라 미미의 유리구두

내용 :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습니다. 신데렐라 유리구두를 신으면 나도 신데렐라” 어린이 모델이 유리구두를 신자 요술에 걸린 것처럼 공주풍 드레스를 입고 동화속 멋진 왕자님의 손을 잡고 춤추는 장면 연출.

평가 :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환상과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도 어린이가 신고 다니기엔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

신데렐라 미미의 유리구두.
신데렐라 미미의 유리구두.

# 콩순이의 은행놀이

내용 : 웃찾사의 만사마 음악에 맞춰 콩순이가 장난감이 춤을 추면서 “저금하세요”라는 멘트하는 내용

평가 : 실제 제품인 은행CD기에는 손과 발이 없으나 광고에는 손과 발이 달려 춤추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어린이의 판단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음.

# 쥬쥬 공주가방

내용 : 여자어린이 모델이 공주가방에 들어있는 유리구두와 화장품, 카메라를 보여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

평가 : 어른을 모방하고 싶은 어린이의 심리를 이용하여 공주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암시. 사행심 조장 및 어린이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 특히 구두와 화장품의 경우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에 이에 대한 규제 필요.

쥬쥬 공주가방.
쥬쥬 공주가방.

# 파워레인져 SP 디-암즈셋

내용 : 파워레인져에 나오는 다섯명의 주인공이 총 만드는 장면을 보여줌. 완성된 총에서 광선이 나오는 장면 연출.

평가 : 어린이영화 주인공이 나와서 제품 광고를 함으로 인해 영화와 광고를 혼동할 우려가 있고, 실제 제품에는 없으나 총에서 광선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 인해 사행심 조장 및 판단력에 혼란 일으킬 수 있음.

# 미르가온 요요

내용 : 집에 있던 평범한 어린이들이 요요를 가짐으로써 마법전사로 변신, 암흑대왕을 물리친다는 내용. “공격해라 얍! 맞아라 얍!” 등의 대사 사용.

평가 : 공격성 표현 및 상품 소유로 인한 능력이 변한다는 내용으로 가치 판단의 혼란 및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맥도널드 해피밀

내용 : “해피밀과 함께라면 세상의 놀이터, 우리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많이 늘었어. 어디어디. 아이들을 생각한 신메뉴. 이것저것 요것저것. 쁘티첼, 콘샐러드, 짜요짜요 맛있는 것 가득 재밌는 것 가득” 호기심 어린 어린이들이 맥도날드 매장에 가서 어린이들을 생각한 메뉴를 보면서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장면.

평가 : 문제가 되고 있는 햄버거에 대한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디저트 메뉴를 교체했다는 사실로 어린이를 생각했다는 것은 본질 호도. 문제가 되어 왔던 미끼 상품 남발도 문제.

맥도날드 해피밀세트. 출처 : 맥도날드 홈페이지.
맥도날드 해피밀세트. 출처 : 맥도날드 홈페이지.

#BBQ

내용 : “너무 오래 굶었어 이럴 때일수록 좋은 걸 먹어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100%를 원료로 한 올리브유로 만든 비비큐치킨. 상당히 바삭하네 요게 참 좋다 닭에다 큰 일 했네” 요가를 하며 다이어트중인 주인공이 영양섭취를 위해 닭튀김을 먹으면서 올리브유로 튀긴 닭이라 먹어도 괜찮다라는 식으로 내용 전달.

평가 : 건강을 생각하여 올리브유를 사용했기에 안심해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나 튀기는 기름을 올리브유로 쓴다 해서 건강에 해롭지 않은 것은 아님. 튀김요리의 해결사인 마냥 올리브유를 내세우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

# 교촌치킨

내용 : “먹고 싶다 유혹을 즐겨라 교촌치킨 Better-Being Kyochon!” 인기그룹 신화가 나른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는 듯하다가 교촌치킨을 보더니만 금방 생기를 얻고 즐거워한다는 내용.

평가 : 유혹을 즐겨라식의 표현은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엔 부적합.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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