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30대 그룹으로부터 받게 될 배당금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기관인 ‘시이오스코어’는 30대 그룹 소속 계열사 중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97개 계열사의 배당 현황을 조사한 결과, 배당을 공시한 65곳의 국민연금 배당 총액이 1조568억원이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65곳의 지난해 국민연금 배당액은 8770억원으로 올해 20.5%가 증가했다. 2016년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30대 그룹 계열사 91곳의 전체 배당액은 9801억원이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국민연금에 지급한 배당액이 가장 많다. 4241억원으로 전체 배당액 가운데 40.1%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 등 11곳인데 이 중 9개 계열사가 10일까지 배당을 공시했다고 시이오스코어는 밝혔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의 배당액(3618억원)이 1위였다. 삼성전자는 1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만1000원에서 올해 2만8500원으로 35.7% 올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총 배당 규모를 전년도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이는 점진적인 시가배당률 향상을 위한 중요한 시발점이라 평가”한다고 했다. 즉 삼성전자의 주주 배당액이 매해 커질 것을 예고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엘리엇 계열 사모펀드 등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배당 확대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삼성에 이어 에스케이(SK)그룹(1965억원)과 현대자동차그룹(1335억원)이 천억원대 배당액을 국민연금에 지급했다. 엘지(LG)그룹은 전년보다 11.2% 늘어난 994억원, 포스코는 28.1% 증가한 781억원을 배당했다. 박주근 시이오스코어 대표는 “에스케이, 현대차, 엘지,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이 대부분 배당을 늘렸지만, 삼성이 배당을 대폭 확대하면서 다른 대기업들이 전체 국민연금 배당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씩 줄었다”고 분석했다.
사회책임투자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국민연금이 배당을 받는 대주주로서 역할도 필요하다고 했다. 류 대표는 “주주로서 기업에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재투자를 위한 재원을 남겨두기 위해 배당의 적절한 선이 어디인지 기업과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드러났듯 국민연금이 장기적 관점에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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