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스펙보다 열정으로 ‘광고천재 이태백’을 꿈꾼다

등록 2013-05-01 20:11수정 2013-05-02 11:22

‘학력의 벽’에 맞서 꿈을 이룬 새내기 광고인 장두진(28·왼쪽), 박성규(29·오른쪽)씨가 지난달 26일 오디션을 통해 입사한 회사 현관에 나란히 섰다. 엘베스트 제공
‘학력의 벽’에 맞서 꿈을 이룬 새내기 광고인 장두진(28·왼쪽), 박성규(29·오른쪽)씨가 지난달 26일 오디션을 통해 입사한 회사 현관에 나란히 섰다. 엘베스트 제공
‘학벌사회’ 무릎 꿇는 대신 맞섰다
오디션 통해 광고회사 입사한 장두진·박성규씨

지방대·전문대 꼬리표에 숱한 좌절
면접 문턱 못밟고 원서접수 거절도
아이디어·열정으로 공모전에 도전
6개월 인턴 거쳐 정규직 입성 성공
둘 모두 자격증도, 그 흔한 영어성적 하나도 없었다. 한명은 지방대, 다른 한명은 전문대 출신이다. 하지만 자신이 꿈꾸는 ‘광고’라는 영역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만은 진지했다. 세상을 향해 “학벌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꿈꾼다”고 외치는 첫 발을 뗀 새내기 광고인 박성규(29), 장두진(28)씨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국내 첫 광고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꿈꾸는 광고인’(꿈광)의 출연자였다. 꿈광은 케이비(KB)국민카드가 ‘국민이 만들고, 국민이 선택한 광고’를 뽑겠다는 취지로 만든 참여형 광고전으로, 응모한 3000여개팀 가운데 선정된 10개 팀의 오디션 과정이 한 케이블방송사에 의해 방송으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둘 모두 “지인의 권유”로 참가했지만 바탕에는 ‘학벌 사회에서 느낀 좌절’이 있었다.

박씨는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단 한 곳도 면접에 부르지 않았다. “영어 성적 때문인가, 학벌 때문인가 고민이 많았죠. 대학원에 가려고도 했어요.” 장씨는 아예 원서 접수도 못했다. “4년제 대졸이 기본 요건이었으니까요.” 대입 때 지방대와 서울의 전문대를 놓고 고민하다 “그래도 서울이 낫지 않겠느냐”는 아버지의 권유로 택했던 전문대 학력이 기회조차 막을 줄은 몰랐다.

중학생 때부터 광고인이 꿈이었던 박씨는 울산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입학 뒤 ‘실력’을 쌓는데 몰입했다. 그것이 광고회사에 들어가는 길이라고 여겼다. “지방은 서울과 달리 공모전 정보조차 부족했죠. 스스로 공모전 동아리를 만들어서 닥치는 대로 지원했어요. 성적도 괜찮았죠. 2개 던지면 1개는 입상할 정도였으니까요.” 만화가를 꿈꾸다 대학 때 한 공모전에서 입상한 뒤 “광고의 짜릿함”에 빠졌다는 장씨는 군시절 색연필로 그린 아이디어 노트들이 전화번호부 두께가 될 정도였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둘이 꿈광에 전념한 것은 이런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씨는 “처음엔 4년제 애들보다 잘하겠다는 독기도 품었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느 서바이벌 못지않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2회 때 동료였던 형과 의견이 달라 탈락 위기에 몰렸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저에게 형이 양보했고 결국 통과했을 땐 긴장이 풀려 눈물이 쏟아졌습니다.”(박씨) “오늘 낮에 발표인데 새벽까지 아이디어가 안 나온 거에요. 그때는 도망갈까도 생각했습니다.”(장씨)

결국 최후의 9인은 엘지(LG)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엘베스트’에 인턴십 기회를 얻었고, 6개월의 과정을 거쳐 두 사람은 올 4월 정직원 채용의 관문까지 통과했다. “1년의 긴 과정을 함께한 동료가 먼저 눈에 밟힌다”는 둘이지만 가족의 고생도 못지않았다. 장씨는 “회사를 그만둘 때 만류하시던 아버지가 그제야 전문대 학력 때문에 대기업 지원도 못 했다는 것을 아셨어요.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으셨죠. 합격 뒤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기에 정신없는 두 사람이지만 그에 못지 않는 꿈이 있다. 박씨는 ‘좋은 세상에 일조하는 공익광고’, 장씨는 ‘보는 이가 따뜻해지는 광고’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제 대학 친구도 그랬는데, 2년 동안 영어만 했습니다. 영어를 쓰지도 않을 곳에서 요구하는 토익 점수 때문에 젊음을 낭비하게 하는 사회 구조가 안타깝습니다.”(박씨)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MB가 떠넘긴 빚갚느라 이자 늘어 청계재단 장학금 2년째 줄었다
탈북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가능성’ 증거 잇따라
“박정희 암살 관련문건 전부 공개를” 미 학자, CIA에 정보공개 청구 소송
곤충 눈 처럼…160도 찍는 디카
[단독] 대학 입학사정관제 토익 등 ‘스펙반영 금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