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 6월 매출 증가율
유통·여행업체 부유층대상 고가상품 집중 개발
2백만원 브로치·6백만원대 크루즈여행 ‘불티’
2백만원 브로치·6백만원대 크루즈여행 ‘불티’
유통업체, 여행업체 등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VIP마케팅(부자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경기 하강기에 중간층 이하 계층의 소비 여력은 뚜렷이 위축되는 반면 중상층 이상은 큰 타격을 안받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을 겨냥한 제품들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홈쇼핑업체들은 기존의 중저가 위주 상품 구성에서 벗어나 고가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씨제이홈쇼핑은 지난 5~6월 보석브랜드 ‘명장’의 219만원짜리 브로치, 189만원짜리 진주세트를 판매했다. 회사 쪽은 애초 50~60개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100여개가 팔려나갔다. 145만5천원짜리 명품그릇 ‘포트메리온’ 세트도 방송 때마다 360~420세트가 팔리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한 49만8천원짜리 ‘노리다께’ 그릇세트는 50분 만에 550세트가 매진됐다. 씨제이홈쇼핑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략적으로 고가 상품 구성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씨제이홈쇼핑은 8월께 홈쇼핑, 카탈로그, 인터넷몰 등 세 사업부문의 VIP를 통합하고 VIP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에스홈쇼핑은 이달 초 상위 5%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카탈로그 ‘스칼렛 더그레이스’를 창간했다. 박상준 DM마케팅팀 부장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이 더 좋게 나오고 있다”며 “9월에 내는 2호에서는 브랜드 질을 더 높이고 상품 수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장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은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며 “현재 카탈로그사업의 경우 상위 5%가 매출의 25~30%를 차지하지만 장기적으로 4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들이 최근 푸조, 토러스 등 3천만~4천만원대의 수입차 방송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고가 전략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침체의 늪에 빠진 여행업계도 탈출구를 ‘명품 여행’에서 찾고 있다. 최근 모두투어는 2006년에 시작했던 고가여행 브랜드 ‘JM’ 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기존의 ‘JM사업부’를 ‘JM-크루즈사업 부분’으로 격상하고 이달에는 전문 사이트인 JM스페셜닷컴을 개설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JM사업을 최근 불황의 타개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달까지 고객 수가 지난해 전체 고객 수와 비슷할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고 말했다. JM상품은 1470만원짜리 시베리아 여행, 1090만원짜리 유럽여행, 619만원짜리 크루즈여행 등 일반 상품보다 훨씬 고가다. 이런 고가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수익률이 3배 이상 높다.
VIP마케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들의 마케팅은 한층 고급화·대형화되고 있다. 귀족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9일 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골프대회를 개최했고, 현재는 트리니티 클럽(999명의 최상위 고객) 회원에게 요트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민도 신세계백화점 CRM팀장은 “지난해 말에는 상위 1% 고객의 매출 비중이 25%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26~2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리니티 회원의 연평균 구입액은 지난해 6천만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7천만원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일반 고객과 상위 고객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최상위 고객 상대 마케팅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마케팅에 힘입어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들어 매출증가율이 줄곧 10%대를 유지하며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편 6월 들어 25일 현재까지 백화점들의 명품 매출은 신세계 43.9%, 롯데 40%, 현대 25% 등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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