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에서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평판패널디스플레이(FPD) 전시회에서 국내 업체들이 선보인 초박형 엘시디(LCD) 패널. 두께가 각각 10㎜(삼성전자·왼쪽), 19.8㎜(엘지필립스엘시디)에 불과하다. 각 회사 제공
10㎜대 초박형…60~70인치 대형화 흐름
국내업체 가세 속 “중요한 건 화질과 디자인”
국내업체 가세 속 “중요한 건 화질과 디자인”
텔레비전이 얼마나 더 얇아지고 커져야 할까?
평판 텔레비전 업체들이 ‘두께 경쟁’에 돌입했다. 패널 제조업체 간 ‘대형화 경쟁’도 재연될 조짐이다. 벽걸이 텔레비전이나 광고용 디스플레이 등 미래 시장을 노린 기선 싸움 성격이 짙다. 지금도 ‘충분히 얇고 크다’는 지적이 많지만, 미래 수요를 선점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 텔레비전 두께가 손가락 한마디=두께 경쟁의 불씨는 일본 업체들이 당겼다.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전자제품전시회(씨텍·CEATEC)에서 일제히 초박형 엘시디(LCD) 텔레비전 시제품들을 내놨다. 히타치는 지금까지 나온 제품 중 가장 얇은 19㎜짜리를, 샤프는 이보다 0.1㎜ 두꺼운 텔레비전을 선보였다. 두 제품 다 어른 손가락 한마디 굵기다. 일반적인 평판 텔레비전 두께가 80~100㎜ 안팎인 것에 견주면 5분의 1수준이다. 히타치와 샤프는 2009년부터 초박형 텔레비전을 양산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은 패널 기술로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4일부터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고 있는 평판패널디스플레이(FPD) 전시회에서 10㎜ 두께의 엘시디 패널을 전시했다. 이 정도면 패널 뒤에 각종 구동·전기장치를 달아도 두께가 30㎜를 넘지 않는다. 엘지필립스엘시디(엘피엘)는 19.8㎜ 두께의 패널을 출시했다. 기존 패널(35㎜)보다 두께는 40%, 무게는 10% 가량 줄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일본 업체들은 두께를 줄이려 자발광소자(LED)를 썼지만, 엘피엘은 기존 형광램프 광원을 사용해 두께를 줄였다. 그만큼 단가도 싸고 상용화 수준도 높다. 엘피엘은 내년 1분기부터 이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경식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상무는 “평판 텔레비전 시장에서 한국에 밀린 일본 업체들이 벽걸이 텔레비전 등 미래형 제품 수요를 선점하려 슬림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또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디스플레이(AMOLED)에 대응해 평판 패널·세트업체들이 시장을 지키려는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 “지금도 충분히 얇고 크다”= 치열한 ‘초박형 초대형’ 경쟁이 그만큼의 수요를 창출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안팎에서도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한 마케팅담당 임원은 ”평판 텔레비전은 지금도 받침대만 떼어내면 벽걸이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얇고 가볍다”며 “패널이 더 얇아지면 디자인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얇다는 것만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두께는 지금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이며, 그보다 중요한 건 화질, 디자인, 가격 등 다른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공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통이 강해 우리와 기술적 지향이 조금 다를 수 있다”며 “초박형 텔레비전은 내부 회로를 세트 아래쪽으로 빼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상용화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자기집 크기(평수 기준)에 10을 더한 게 적당한 텔레비전 크기라고 본다. 30평형대라면 40인치대 텔레비전이 맞춤이라는 것이다. 엘지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사업부문의 한 전략담당 간부는 “현재 평판 텔레비전은 30인치대 이하가 전체 판매량의 70%를 차지한다”며 “60·70인치대 가정용 텔레비전도 어느 정도 수요는 있겠지만 대량생산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초대형 패널은 가정용보다는 옥외 광고판 등 이른바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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