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3)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영업손실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고부가 디(D)램 제품에 집중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흑자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다만, 낸드플래시 부문에선 수요 침체와 재고 확대 악재가 겹쳐 조 단위 분기 적자를 낸 가운데, 낸드 경쟁사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9조662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79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26일 밝혔다. 직전 분기에 비해 매출은 1조7603억원 늘고, 영업손실은 1조901억원 줄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실적 개선 배경으로 고대역폭 메모리와 디디알(DDR)5 같은 고성능 메모리 판매 증가를 꼽았다. 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단가가 높은 메모리 제품 판매가 늘었고, 제조사들의 감산 확대로 디램 평균판매가격(ASP)도 상승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 관계자는 “고성능 서버용 제품 수요가 늘면서 직전 분기 대비 디램 출하량이 20%가량 증가했고, 1·2분기에 적자를 냈던 디램 사업에서는 흑자 전환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고부가 주력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려 흑자 경영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디램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중심으로 공정을 전환하고, 고대역폭 메모리와 패키징 기술(TSV)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김우현 에스케이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실적 설명회에서 “고대역폭 메모리와 디디알5 등 프리미엄 메모리는 시장에서 이미 우위를 점했다. 에이치비엠3과 내년에 공급하는 차세대 에이치비엠3이(E)는 내년도 주문이 생산능력을 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낸드플래시 사업에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재고 확대가 겹치며 1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실적 개선을 위해 기존 세대 낸드플래시 감산 기조를 이어가면서 출하량이 느는 고용량 모바일 제품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생산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디램과 비교해 회복 속도가 늦은 낸드 업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면서도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 감소와 공급자의 감산 기조 유지로 인한 낸드 가격 상승이 (낸드) 적자 폭 축소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이날 낸드 업계 2·4위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안에 대해 “키오시아에 투자한 자산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사 합병 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두 회사 합병에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4조원 가량을 출자한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하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지난해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이 31.6%에 달해 업계 순위 변동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기준 에스케이하이닉스 시장점유율은 18.3%다.

한편,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엔비디아·인텔·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주 하락세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5.88% 떨어진 1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