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 규모가 1년 전보다 62조원(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익 증가액 이상으로 가용 자원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시이오(CEO)연구소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자산 기준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78곳의 올해 6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94조8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말 232조5918억원보다 62조2336억원, 26.8%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이익잉여금은 1136조3612억원에서 1189조2233억원으로 52조8621억원, 4.7% 증가해 현금 증가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증가분의 64.8%는 삼성전자 몫이었다. 삼성전자의 6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79조9198억원으로 1년 전(39조5831억원)보다 갑절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단기금융상품을 대거 처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시이오연구소는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현금 보유액은 20조7777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4조6483억원(28.8%)이,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4조8602억원으로 2조8767억원(145.0%)이 각각 증가했다. 이어 에스케이(SK)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엘지화학·에스케이하이닉스·삼성물산·현대삼호중공업 등 9개 기업이 1년 새 현금 보유량을 1조원 넘게 늘렸다.
반면, 에이치엠엠(HMM)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보다 1조7361억원(50.6%)이, 케이티(KT)는 1조162억원(36.0%)이 각각 줄었다.
김경준 시이오스코어 대표는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이익잉여금 증가액 이상으로 현금을 늘려 가용 자원을 확보했다”며 “불안정한 경제 탓에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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