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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쿠팡에 ‘유통 1위’ 내준 신세계, 이마트·백화점 대표 다 바꿨다

등록 2023-09-20 16:29수정 2023-09-21 08:57

이마트 한채양·백화점 박주형…통합대표 체제
6개 채널 묶은 ‘리테일 클러스터’로 시너지 제고
‘쿠·이마·롯’ 신조어…전통 유통 강자 고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으로 유통업계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예년보다 이른 9월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 계열사인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를 경질하는 등 전체 대표이사의 40%를 교체하고, 새로운 조직 운영체계를 도입해 실적 부진 등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신세계그룹은 20일 박주형 신세계 대표와 한채양 이마트 대표를 새로 선임하는 등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 등 전체 계열사 대표이사 25명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9명을 바꿔, 실적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 대표이사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선임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사업군을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해서 한 대표가 모두 관할하도록 했다. 조직 역량을 집중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9년 말 외부 출신으론 처음으로 이마트 수장에 오른 강희석(54)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2026년 3월로 연장했지만 이번에 자리를 내놓게 됐다. 강 전 대표는 2021년 지마켓 인수와 올해 신세계그룹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유니버스’ 도입 등 신사업을 이끌었지만 실적 부진 탓에 교체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전 대표는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으로 2019년 50살의 나이에 이마트 쇄신이라는 과제를 받고 영입됐었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357억원으로, 1년 전인 2021년 3168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올해 2분기에는 5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높은 물가상승률, 경기 둔화 등 거시경제 환경이 소비심리를 제약하고 있고, 온·오프라인 유통업태 간 경쟁 강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주력인 대형마트 부문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박주형 신세계 신임 대표이사(왼쪽),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 신세계그룹 제공
박주형 신세계 신임 대표이사(왼쪽),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 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 대표에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임명됐다.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한다. 박 대표는 이마트와 백화점은 물론 개발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센트럴시티까지 두루 경험해 본 까닭에 백화점 사업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센트럴시티와의 통합 시너지도 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차례 물러났다가 2021년 인사를 통해 백화점 수장으로 복귀한 손영식 대표도 실적 악화의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주류 계열사 신세계엘앤비(L&B) 대표는 송현석(55) 신세계푸드 대표가 겸직한다. 임영록(59)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겸직한다. 신세계라이프쇼핑 대표에는 1949년생인 ‘올드보이’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자리를 옮겨 임명됐다. 이 신임 대표는 11년간 스타벅스코리아를 이끌며 성장시킨 주역으로 2019년 퇴임했다가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사업 부문 대표로 다시 기용된 바 있다.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김현우 대표가 영입됐고, 더블유컨셉코리아에는 지마켓 이주철 전략사업본부장이 대표로 내정됐다.

신세계그룹은 대대적인 대표이사 물갈이 인사와 함께 새 조직 운영체계도 도입했다. ‘리테일 통합 클러스트’를 신설해 산하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쓱닷컴, 지마켓을 둬 계열사 간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업무 영역별 과감한 세대교체도 예고했다.

신세계그룹 총수일가인 이명희(80) 회장과 정용진(55) 부회장, 정유경(51)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마켓을 3조6천억원, 에스씨케이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 취득 5천억원, 신세계야구단 인수 1천억원, 미국 와이너리 인수에 3천억원 등 대규모 투자를 해 재무부담이 커진 바 있다. 신세계그룹 쪽은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 미래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의 이번 인사에 대해 “실적 악화에 따른 그룹 안팎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는 쿠팡보다 매출액에서 뒤지며 ‘유통업계 1위’를 내줬다. ‘쿠·이마·롯’이라는 신조어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위기의식은 신세계의 경쟁 상대인 롯데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 일각에선 롯데의 인사 시기도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올해 첫 연간 흑자 달성을 위해 달리고 있는데, 전통 유통 강자들의 대응 속도는 예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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