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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수소 활용은 멀어도 가야할 길…전략적 접근 필요”

등록 2023-09-14 04:00수정 2023-09-14 08:24

인터뷰ㅣ박호정 수소수급실무위원회 공급인프라분과장
9월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2023 개막행사에서 주요 내빈 및 참가기업 관계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H2 MEET 조직위원회 제공
9월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2023 개막행사에서 주요 내빈 및 참가기업 관계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H2 MEET 조직위원회 제공

박호정 수소수급실무위원회 공급인프라분과장·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박 교수 제공
박호정 수소수급실무위원회 공급인프라분과장·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박 교수 제공

박호정 수소수급실무위원회 공급인프라분과장(고려대 교수)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은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선 ‘무탄소·저탄소’로 전력원을 전환해야 하는데 수소가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현실적 제약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접근도 그는 강조한다. 이 위원회는 지난 3월 정부가 수소수급전망 수립을 위해 발족한 기구다.

박 분과장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기후·에너지 수급 위기와 관련해 기업 경쟁력 확보와 자원 개발 측면에서 수소 공급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저감 수단으로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2025년부터 산업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무 보고해야 해요. 수소를 이용한 발전을 통해 가능한 여러 가지 최종 재화의 탄소발자국을 낮춰야 합니다.” 가파른 국내외 제도적 환경 변화에 따라 탄소 배출이 적은 수소 활용이 시급하다는 취지다. 그는 “경제성 있는 수소 공급 역량은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수소가 모든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게임체인저’가 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는 현실적 한계도 박 분과장은 강조한다. 그는 “가야만 하는 길이지만 완급 조절은 필요하다. (수소 경제) 구상은 정밀하고 정교해야 한다”며 “특히 장기적 시계 속에 한국이 수소를 통해 산업 전반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각 나라마다 에너지 현황은 다르다. 한국에서 수소를 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질문을 받고 있다. 원자로 따지면 탄소(C)와 수소(H)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 것이냐 이 뜻이다. 여러 에너지원이 있다.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을 과거에 택했다면 이제는 온난화를 야기하지 않는 ‘무탄소·저탄소’ 중심으로 가야 한다.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가야만 하는 길인데 수소를 어떤 비중으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기술개발 분야, 경제성, 에너지와 전력 안보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소가 에너지원으로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나.

“아직은 게임체인저로 말하기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 가야할 길일 수 있지만 (상황을 보고) 완급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를 이용하고자 하는데 한국이 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구상하고 정밀하고 정교하게 산업 발전 로드맵을 구상해야 한다. 탄소중립한다는 목표는 1~2년 시도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고, 한국이 이 가운데서 어떤 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구상할 지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 기술 발전 수준은 어떠한가.

“액화천연가스(LNG) 터빈은 수소 혼소 발전으로 인정받으려면 수소 혼소율이 50%는 되어야 한다. 아직 한국과 일본에서 국책 실증 과제로 진행 중이라 상용화는 되지 않았다. 현재 암모니아 혼소 기준으로는 20%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이다. 두산·한화 등의 제조사가 기기(터빈)를 공급하면 수요 단위의 발전사들이 실증 관련 컨소시엄을 구성해 혼소 발전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수소연료전지의 시장성은 어떻게 보는가.

“아직은 일반 시민들 대상으로 수요 창출하기라는 쉽지 않다. 전기차나 내연기관차보다 수소차가 우위에 있는 것은 장거리 수송의 경우에 제한된다. 선박이나 탱크, 화물차 등이다. 또 모빌리티에 수소를 활용할 경우 결국 단가가 중요해지는데 정부의 보조금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가 함께 엮여 있다.”

—아직 미래 기술력과 시장성이 불확실한데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수소생태계를 꾸려야 하는 이유가 있나.

“기후 대응을 위한 탄소 저감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경쟁력 관점에서 볼 때 수소는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만 해도 2025년부터 산업계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해야한다. 전기나 열 사용에 대한 간접배출도 포함돼있어 비용으로 잡힌다. 수소를 이용한 발전을 통해 가능한 여러 가지 최종 재화의 탄소발자국을 낮춰야 한다. 그래서 수소 발전을 통해 전기에서의 간접 배출을 줄여나가야 한다.”

—어떻게 수소를 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천연가스나 석유 등 자원개발하듯 수소를 바라봐야 한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용량은 제한적이다. 결국 해외에 투자해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수소도 일종의 새로운 에너지원인데 2차 에너지이기 때문에 자원 개발의 관점에서 업스트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서부텍사스중질유 선물 시장은 1970년대 오일쇼크가 터지자 서구가 직접 개발하면서 생겼다. 한국과 일본도 그런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소 시장에 빨리 뛰어든 편이라 유리하다.”

—한국이 해외에 나가서 자원 개발을 잘 할 수 있다고 보나.

“호주나 중동, 미국은 수소를 내수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수출용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해외에서 사와도 국내에서 써야 한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이 마냥 수요자로 있을 수만은 없다. 국내 발전사들의 역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발전사도 해외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해외 플랜트를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저탄소 발전시설에 투자를 해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 소비 규모 5위권의 나라인데 에너지 트레이딩이 없는 나라이다. 석유나 천연가스 시장에는 진입하기 힘들었지만 수소 시장이 열리면 우리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공 영역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기업은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는 데 익숙하다. 정부가 앞서 개발 선언을 하면 웃돈만 주고 (관련 기업 등을) 인수하게 된다. 과거에도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 안된다. 정부는 외교 관계 등을 통해 고급 정보를 전달하고 여러 금융, 세제 지원 등을 하며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해도 수소는 2차 전원이기때문에 경제성과 효율, 저장능력이 떨어진다. 수소 경제가 지속가능할까.

“적정 비중을 어떻게 둘 것인가의 문제이다. 장기 비축은 절대 유리하지 않다. 수소는 액체로 액화해서 수송해야 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장기비축의 한계도 있다. 그러나 2050년에는 아군과 적군이 모호한 에너지 시장이 올 거다. 주요 국가들은 모두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정체 문제가 있다. 고급 인력이 계속 유입되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말고는 경제산업적으로 좋은 환경이 아닐 수밖에 없다. 장기 비축이 안될 경우 국가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위기가 올 수 있다. 에너지를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다. 이때문에 수소를 확보하더라도 산업용, 저탄소 무역의 경쟁력 확보로만 한정해서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소를 일반 소비생활에서 이용하는 것은 에너지 손실이 너무 많다.”

—청정수소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나는 실용주의자이고 국내 성장을 고려한 관리론자에 가깝다. 한국은 그린수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블루수소(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등의 화석연료 개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제거한 수소)를 청정수소로 인정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수소 용량이 부족할 수 있다. 다만, 원자력발전으로 수소를 만드는 핑크수소를 청정수소로 인정하느냐는 협상의 문제이다. 지금은 국내 기술 투자, 실증 시험을 도와줘야 하는 단계이다. ”

—수소수급실무위원회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국내외 생태계는 현재 매우 다이나믹하다. 정보를 얻고 국내외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는 의미가 크다. 국가의 여러 정책·계획들과 정합성을 갖출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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