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권오갑 에이치디(HD)현대 회장이 지난 28일 사장단 회의를 열어 “환율과 시황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얻어진 이익에 취해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회사가 30일 밝혔다. 각고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창출해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권 회장, 가삼현 에이치디한국조선해양 부회장, 한영석 에이치디현대중공업 부회장, 정기선 에이치현대 사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각 사업별 핵심 현안과 함께, 친환경·디지털 흐름을 선도하기 위한 각 계열사별 기술 고도화 추진 현황 및 인재 확보 방안 등을 점검했다. 글로벌 시장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권 회장은 “기업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 사업을 담보해 내고, 이를 통해 창출해내는 이익만이 ‘좋은 이익’”이라며 “환율·시황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얻은 이익이 우리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면 오히려 ‘나쁜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경영자는 나쁜 이익에 취해 마치 회사가 엄청난 성장을 한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또 “직원들이 얼마나 회사를 사랑하는지, 경영자가 직원들로부터 얼마나 존경받는지가 그 회사의 성패를 가른다”며 “직원들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미래 사업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앞서 에이치디현대는 지난 27일 2분기에 15조6213억원의 매출을 올려 47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특히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선가가 최고치 수준으로 오르며 조선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아졌다. 에이치디한국조선해양은 선박 건조 물량과 선박용 엔진 납품 수량 증가에 힘입어, 매출은 5조45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1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권 회장 발언 배경에 대해 “최근 실적 개선 흐름이 차별화된 기술력에 따른 것인지, 환율과 기저효과 등 외부 변수에 따른 것인지를 살펴보고,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