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아무개(33)씨는 지난달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에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경비가 부담되는 성수기는 피하자고 다짐했지만 가을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충동적으로 금요일 하루 연차를 냈다. 휴가를 낼 수 있는 기간이 짧고 최근 원화 대비 엔화값이 싸다보니 만만한 곳이 일본 도쿄였다. 이씨는 금요일 오전 10시에 떠나 일요일 오후 4시에 돌아와, 짧은 여행을 즐긴 뒤 다음날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
이씨와 같이 2박3일 등 일상 생활 중에 짧은 틈을 내 국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11일 올해 상반기(1~6월) 국제선 왕복탑승 고객을 분석한 결과, 266만5648명 중 146만775명(54.8%)이 3박4일 이내 일정이었다. 10명 중 5명 꼴로 짧은 여행을 떠낸 셈이다. 이가운데 2박3일 여행은 47만9817명(18%), 1박2일은 10만6626명(4%)이다.
여행지로 선호하는 곳은 일본(70.3%)이 가장 많았다. 제주항공이 중·단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항공사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일본은 3시간 이내 거리인데다 엔화 약세가 뚜렷해 시간과 경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동남아(20.8%)가 그 뒤를 따랐다. 반면, 중국이나 홍콩 등에 대한 여객 수요는 회복이 더디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코로나19 이전(2019년 1~5월)과 견줘 올해 1~5월 일본 노선 이용객 수는 74%, 베트남 노선 이용객 수는 84% 가량 회복된 반면, 중국은 17%, 홍콩은 35%, 마카오는 7% 회복되는 데 그쳤다.
‘틈새 여행객’이 많은 것은 짧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한 데다 항공권이나 숙박 가격이 치솟는 7월말~8월초 여름 성수기를 피하는 ‘알뜰 휴가족’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한 여행비 부담으로 인해 3박4일 이내 짧은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일본으로 가는 항공 스케쥴이 다양해진 것도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항공업계는 이같은 수요에 힘입어 항공기 보유 대수를 늘리는 등 코로나19 사태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다. 진에어는 11일 하반기 신입 객실승무원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말에 항공기 두 대를 더 도입할 예정이다보니, 필요한 승무원 120여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앞서 진에어는 2월에도 53명의 승무원을 채용한 바 있다.
채용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진에어의 직원수는 현재 1890명에서 120명 등이 더 늘게 돼 코로나19 이전(2019년 12월·1942명)보다 더 많아진다. 진에어 보유 항공기는 27대로 이미 코로나19 이전 26대를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말~올해 초 3년여만에 승무원 채용을 재개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연말까지 항공기를 2~3대 더 늘릴 예정이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156대→168대), 아시아나항공(78대→연말 81대)도 연말까지 여객기를 늘릴 계획이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리스했던 항공기를 반납해 보유 수가 줄었다가 현재 과거 수준으로 맞춰가는 분위기다. 여객 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초 항공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던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의 실시간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제선 이용객은 360만1104명으로 1년 전(55만6065명)에 견줘 6.5배 폭증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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