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 산업의 업황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뚝 떨어지고, 수익성과 안전성 지표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기업경영 분석’ 자료를 보면, 외부감사를 받는 법인기업(외감기업)의 1분기(1~3월)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분기 단위 매출액 증가율로는 2020년 4분기(-1.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감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20.5%에서 3분기 17.5%, 4분기 6.9%에 이어 올해 1분기에는 0%대 초반까지 급격히 둔화하는 흐름이다.
매출 증감 추이를 업종별로 구분하면, 제조업은 1분기 -2.1%를 기록해 뒷걸음질쳤다. 세부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전기전자(-14.3%)와 석유화학(-3.5%)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12.6%를 기록한 비제조업 매출액증가율도 올해 1분기에는 3.6%로 급락했다. 해운운임 지수 하락 등으로 운수업 매출이 5.9% 감소한 영향이 컸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8%로, 지난해 1분기(6.3%)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제조업(4.0%→3.2%)보다 제조업(8.4%→2.5%)의 영업이익률 낙폭이 컸다. 세부 업종에서는 기계·전기전자(12.4%→-3.1%)의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전기전자 부문의 매출 상위 대기업 3곳(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엘지(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전체 지표 악화에 많은 영향을 줬다”며 “이들 3곳을 제외하면 전체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크게 나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1분기 말 기준 95%로, 직전 분기(92.1%)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2015년 1분기(105.6%)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부채비율이 92.6%, 중소기업은 106.6%로 집계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금융업을 제외한 외감기업 2만1042곳 가운데 3907곳을 표본으로 선정해 실적 등을 추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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