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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굴뚝’ 내다파는 석유화학…수익성 떨어지자 배터리·반도체로

등록 2023-06-20 07:00수정 2023-06-20 09:32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연합뉴스

대표적인 굴뚝 업종인 석유화학 회사들의 변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차전지·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 분야로의 확장을 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떨어지는 기존 화석연료 관련 사업 부문 매각이 활발하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말을 종합하면, 엘지(LG)화학은 전라북도 익산의 양극재 공장 설비와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이 적은 공장은 정리하고 구미공장(생산능력 약 6만톤)과 청주공장(약 7만톤)으로 사업을 집중하려는 포석에서다. 또 보유 중인 엘지에너지솔루션 지분 중 약 2%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에 생산기지 마련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풀이했다.

에스케이씨(SKC)는 최근 자회사 에스케이피유코어 매각을 결정했다. 현재 복수의 회사들과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폴리우레탄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에스케이씨 계열사다. 이미 에스케이씨는 지난해 필름·가공 사업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1조6천억원을 받고 매각한 바 있다. 비주력 사업 매각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에스케이씨 쪽은 “친환경·이차전지·반도체 소재 분야 주력 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전통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 자금은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쓸 예정이다.

앞서 롯데케미칼도 지난 1월 국외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 보유지분 전량(75.01%)을 약 2천억원에 팔아치웠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동박)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등 2차전지 관련 사업 비중을 늘리는 중이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 마련이란 이유 외에도 전통 분야의 수익 악화도 이런 움직임을 추동하는 주요 원인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은 2021년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봉쇄 영향으로 구조적인 수요 부진에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어려움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노국래 엘지(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19일 직원들에게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매각,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엘지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660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50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이후 순수화학 회사와 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확장한 화학 회사 간 기업 가치 차별화도 눈여겨볼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배터리 사업을 직접 하거나 자회사로 둔 엘지화학과 에스케이씨의 기업가치(시가총액 기준)는 최근 2년 새 증가했으나 순수 화학회사인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 등의 기업가치는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제품 수입을 많이 해온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세계 성장률과 유사하게 성장을 구가해 왔던 석유화학업계의 과거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업체들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존 사업 비중을 낮추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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