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가 에이치디(HD)현대, 엘엑스(LX)홀딩스, 디비 지주회사(DB Inc) 등이 상표권 사용료를 부당하게 수취하고 있다며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 설명을 종합하면, 지주회사인 에이치디현대는 지난해 9월 신규 시아이(Corporate Identity)를 출원·등록하고 올해 초부터 그룹 계열사들의 시아이 변경을 추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존 시아이는 에이치디현대를 비롯한 6개 계열사 공동 소유인데 비해, 새 시아이는 에이치디현대가 단독 소유하면서 상표권 사용료가 지주회사에 몰릴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시아이 변경으로 에이치디현대의 상표권 수익은 2022년 51억원에서 올해 최소 255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경제개혁연대는 추산했다. 에이치디현대는 지난 3월부터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대표가 이끌고 있다.
엘지(LG)그룹에서 분리된 엘엑스(LX)홀딩스도 신규 엘엑스 상표에 대해 올해부터 엘엑스인터내셔날, 엘엑스하우시스 등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 규모가 연간 500억원대로 추정된다”며 “이는 주력 계열사들이 부당한 이익을 지주회사인 엘엑스(LX)홀딩스에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디비(DB) 그룹에 대한 조사도 요청했다. 디비 그룹은 지난 2017년 사명을 ‘동부’에서 ‘DB’로 바꾸면서 지주회사(DB Inc)가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다.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표권을 소유한 회사가 매각되며 시아이를 바꿨지만,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인지도도 높은 디비손해보험이 아닌 디비 지주회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이들 기업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승계 또는 분가 과정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기선 사장이 보유한 에이치디현대 계열사 지분은 지주회사인 에이치디현대의 주식 5.26%가 사실상 전부다. 에이치디현대는 출범 첫 해(2018년)부터 과도한 고배당 정책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는데 최근 3년 평균 배당 수익률은 7.56%였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2.7%였다. 정 사장은 2021년까지 배당금으로 4년 동안 800억원을 벌었다.
디비그룹은 사명이 바뀐 2017년에 김준기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 김남호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김남호 회장은 지주회사 디비의 지분 16.83%를 보유하고 있다. 엘엑스홀딩스는 구본준 회장이 20.37%, 아들 구형모 부사장이 12.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쪽 “이들 사례는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집중된 지주사에 수익을 제공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것”이라며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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