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의 양산을 시작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제공
반도체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낸드플래시 적층 수를 230단대로 끌어올려 양산을 시작한 가운데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양산 소식을 전했다. 적층 단수가 기술력의 핵심인 만큼 인공지능 산업 확대와 맞물려 메모리반도체 시장 수요가 회복될지 주목된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7일 238단 낸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피시(PC)에 사용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솔루션 제품을 개발해 지난달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외 스마트폰 제작사와 해당 낸드플래시 ‘성능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한 뒤 9개월 만에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로 유에스비(USB) 장치같이 영구 데이터 저장 수단의 부품으로 사용된다.
낸드플래시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담기 위해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기존에 단층으로 수평 배열하던 메모리 셀을 3차원 수직 구조로 쌓아 올린 ‘버티컬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며 적층 경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지난해 먼저 230단이 넘는 낸드플래시의 양산(마이크론 232단, 삼성 236단 추정)을 시작했지만,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업계 최고층인 238단으로 기존 기록을 경신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높은 적층 수뿐 아니라 양산품 중 가장 작은 사이즈 칩으로 만들어 이전 세대인 176단보다 생산 효율이 34% 높아지는 등 원가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기가비트(Gb)로 이전 세대보다 50% 빨라졌고, 읽기·쓰기 성능도 약 20% 향상됐다.
다만 높이 쌓은 것만큼이나 수율(웨이퍼 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230단 벽을 넘어 제품 양산에 들어간 주요 기업들의 수율이 손익분기점으로 평가되는 80%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선 수율 개선이 급선무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업마다 제품 양산을 시작하는 시점이 다른데, 우리의 경우 수율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수준에서 양산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고성능 낸드플래시 양산을 계기로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이 발전하고 잠시 멈춘 서버 관련 투자가 다시 시작된다면 고성능 낸드플래시 수요도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제 침체 여파로 지난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 김점수 에스케이하이닉스 부사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낸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다가올 반도체 시장 반등기에 누구보다 크게 턴어라운드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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