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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삼성자동차’로 등돌린 뒤 처음…삼성-현대차, 반도체로 손잡다

등록 2023-06-07 17:58수정 2023-06-07 19:43

2025년 ‘엑시노스 오토’ 반도체 공급 협력
전기차·자율주행에 커진 차량 반도체 시장
삼성-TSMC 첨단 반도체 수주 경쟁도 치열
삼성전자가 7일 현대자동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인 암바렐라와 함께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차량 반도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7일 현대자동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인 암바렐라와 함께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차량 반도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재계 맞수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를 매개로 손을 잡았다. 20여년 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삼성자동차를 만들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뒤 서먹하게 바뀌었던 두 회사 간 관계가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협력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7일 현대차에 차량 인포테인먼트(IVI·In-Vehicle Infotainment)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20’을 2025년께 공급한다고 밝혔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는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를 제공하고 고화질의 지도와 영상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하는 차량 반도체 일종이다. 자동차 시장 방향이 전기차·자율주행차 쪽으로 바뀌면서 이전보다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느는 추세다.

이번 발표는 삼성과 현대차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협력한 전례가 없던 터라 관심이 집중됐다. 현대차는 삼성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자동차 사업에서 철수한 뒤에도 자동차업에 언제든지 재진출할 수 있다고 보고 전략적 협력에 거리를 둬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6년 80억 달러를 들여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사업 등을 하는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할 때나,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확장할 때도 현대차 쪽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처로 엘지(LG)에너지솔루션과 에스케이(SK)온을 택한 바도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아닌 인텔·엔비디아·텔레칩스·엔엑스피(NXP)·르네사스 등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았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량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부품 특성 때문에 장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반도체 기업들이 독차지해 왔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칩도 현대차에 탑재하긴 했지만 주요 공급 업체는 아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공급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양산차 산업에 진출한 것 등을 계기로 현대차와 공식적인 협력이 없었다”며 “각자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가 중요한 시기에 성장동력 강화라는 공감대가 있었고, 두 기업 총수 결단으로 대의적 차원에서 손을 맞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집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스마트폰 등과 비교해 차 교체 주기가 길어 반도체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차량 센서에 들어가는 구동 반도체의 경우 많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굳이 반도체 시장의 10%도 안 되는 차량용 시장에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 확대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으로 차량 반도체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솔린·디젤 차량 기준 200~300개 반도체가 탑재됐지만, 전기차엔 약 1천개, 자율주행차엔 2천개 이상의 반도체가 탑재되는 등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에치치에스(IHS)마킷의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차량 반도체 시장 규모가 68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9년엔 143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겨레>
<한겨레>

차량용 반도체는 크게 주변을 감지하는 센서를 작동시키는 ‘구동 반도체’와 영상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구현하는 ‘인포테이먼트 반도체’, 자율주행에 활용되는 ‘네트워킹 반도체’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인포테인먼트·네트워킹 반도체는 7나노급 이하 노광장비를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 영역이라서 수익성도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주력인 디(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차량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공급하기로 한 ‘엑시노스 오토 브이(V)920’도 최신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탑재한 첨단 인포테인먼트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독일 완성차 업체인 아우디가 지난 2019년 말에 출시된 에이(A)4 모델에 ‘엑시노스 오토 8890’을 공급하고, 2021년엔 폭스바겐에 ’엑시노스 오토 브이(V)7’을 공급하면서 차량 인포테인먼트 반도체 경쟁력을 키워왔다. 올해 초엔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인 ‘암바렐라(Ambarella)’와 협력해 자율주행이 필요한 최신 시스템 온 칩(SoC, CV3-AD685)을 생산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탑재된 해당 반도체는 5나노 공정으로 생산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라면서도 “최근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자 장비 쪽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위탁 생산) 전문 기업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도 시장 변화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티에스엠시는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등 부문 매출이 10% 이상 줄어든 반면 자동차 매출이 5%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완성차 주요 브랜드들이 있는 독일 드레스덴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해 독일 정부와 협의 중이다. 지난 4월 말엔 독일 혼다와 차량용 반도체 생산 협력을 맺기도 했다.

옥기원 최우리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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