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이 박재욱 쏘카 대표와 예능인 노홍철씨와 함께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련한 행사에서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경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30대 젊은이들과 만나 자신에게 닥쳤던 도전으로 ‘기아차 인수’를 꼽고, 당시 부실이 컸던 기아차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련한 ‘갓생 한끼’ 행사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도전을 해봤나’는 질문을 받고 “기아차가 어려웠을 때 현대차에서 인수했고, (그 후) 2005년에 또 어려워져서 그때 조직적으로 외부 수혈이나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회사가 정말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에 은행을 찾아다니면서 돈도 많이 꿔봤고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05년 아들인 정의선 회장을 현대 모비스 부사장에서 기아차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경영 능력을 살핀 바 있다.
정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제일 중요한 건 저 혼자 해서 되는 게 아니고 내부 팀워크였다. 그러니까 제일 위의 조직부터 공장 생산, 판매 등이 서로 똘똘 뭉쳐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그때 배운 것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일일이 설명할 수 없지만 참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며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많이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날 정 회장은 ‘갓생 한끼’에 박재욱 쏘카 대표와 예능인 노홍철씨와 함께 멘토로 참여했다. 이른바 엠제트(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30명과 점심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갓생’(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에 대해선 “정답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선 본인이 원하는 가치에 달려있다”면서 “거기에 집중하는 게 갓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꿈과 계획을 묻는 말에 “저희는 아무래도 제조업이다 보니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데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연결하는 사업을 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만남을 잘하고 그 역할을 잘하게 하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정 회장은 젊은이들이 궁금해하는 자신의 하루 일상도 털어놨다. “저는 좀 일찍 자는 편이다. (밤) 9시 반에 자서 (새벽) 5시쯤 일어난다. 그리고 출근은 6시 반쯤 하고 오전에는 주로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주로 현장 같은데 가거나 사람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다. 운동은 하루에 서너 번 정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의 한 대학 강의실에서 열린 현대차 혁신 관련 수업에 참석한 게 24일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현대차가 그동안 ‘군대식 조직’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과 수평적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등의 토론을 했고, 정 회장도 귀담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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