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5월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에스케이온이 현대차·기아로부터 2조원을 빌리고, 외부 투자자로부터 상장 전 지분투자 방식으로 최대 1조2400억원을 받기로 했다. 에스케이온이 이번 투자까지 조달한 금액(차입 포함)은 모두 6조4400억원에 이른다. 에스케이온이 미국 등에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24일 공시를 통해 에스케이온이 현대자동차와 기아로부터 2조원을 차입하는 것에 대해 채무보증을 한다고 밝혔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에스케이온이 다양한 재원확보 방법을 통해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고객사는 배터리셀의 안정적 확보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에스케이온은 현대차 그룹과 함께 2025년까지 6조5000억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5기가와트시(GWh) 생산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전기차 약 3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이 합작공장은 현대차그룹과 에스케이온이 투자총액의 50%를 절반씩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합작법인의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에스케이온이 출자할 금액은 1조6200억원이었다. 에스케이온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로부터 빌리는 돈 2조원의 용도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 쪽도 “파트너사와의 협력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이사회를 열어 에스케이온 투자유치를 위한 주주간 계약 체결의 건도 승인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온, 엠비케이(MBK)컨소시엄 간에 계약을 체결해, 에스케이온은 엠비케이컨소시엄으로부터 8억달러(약 1조500억원)를 한도로 투자 받을 예정이다. 엠비케이컨소시엄에는 미국, 중동 지역 등의 글로벌 재무적 투자자들이 참여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투자피이(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을 통해 투자를 논의중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상업은행 사우디국립은행(SNB) 자회사 에스엔비캐피탈도 최대 1억4400만달러(약 19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에스케이온이 받을 투자금은 모두 9억4400만 달러(약 1조2400억원)에 이른다. 에스케이온은 “세계 금융환경이 신규 자본유치에 부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과 에스케이온의 기술 경쟁력이 자본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케이온은 한국과 미국, 중국, 헝가리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 88기가와트시인 연간 생산능력을 2025년 최소 220기가와트시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에선 통상 10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셀 생산능력 확장에 1조원 이상의 투자자금이 소요된다고 본다.
에스케이온이 이번 투자까지 조달한 금액(차입 포함)은 모두 6조4400억원에 이른다. 앞서 한투피이(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을 통해 1조2천억원, 모기업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아 3조2천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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