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제개혁연대가 태광그룹이 계열사 협력업체들에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 등이 소유한 골프장의 회원권을 강매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협력업체와 장기 거래를 체결해주는 조건으로 10억원이 넘는 회원권을 사도록 유인해 이호진 전 회장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8일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이 전 회장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및 티시스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에 대해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설명을 종합하면,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이 전 회장과 친족 등이 지분을 가진 골프장 휘슬링락 회원권을 협력업체들이 사도록 강요했다. 티시스는 2018년 상반기까지 이 전 회장과 친족이 사실상 100% 소유했던 회사로 휘슬링락 골프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회원권을 구매하는 협력업체에 장기간 배타적 거래를 체결하는 조건이 붙었다”며 “협력업체들이 구매한 회원권 가격은 13억원 상당으로 정상가격인 11억원보다 높은 가격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확보한 태광의 업무협약서를 보면, 회원권을 구매한 협력업체들에 일정 규모의 거래 및 수익을 보장해 주고 회원권을 사기 위해 치러야 하는 금융비용의 절반을 태광 계열사가 보전해준다고 약정한 정황이 담겼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보면 이러한 간접 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나 부당지원 행위도 계열사 간 직접 거래와 마찬가지로 규제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설명이다. 그러면서 “태광그룹은 이호진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 이전에도 제재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일련의 사건들이 태광그룹 경영기획실 주도하에 이뤄진 만큼 동일인의 지시 또는 관여 없이는 결코 같은 목적의 위법행위가 반복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정의연대·경제민주화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지난달 계열사의 협력업체에 골프장 회원권을 강매한 게 1011억원 규모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업무상 배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태광그룹 쪽은 “악의적 제보에 기반을 둔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골프장 회원권 관련) 거래계약은 계열사와 협력사 간 협력 차원에서 맺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 수준으로, 협력사들은 거래처 영업이나 사내 복지 등의 목적으로 (골프장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