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이 4월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가스운반선 1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천연 가스 물동량이 증가하는 상황에 가스운반선 건조에 강점이 있는 국내 조선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2일, 20만㎥급 액화천연가스(LNG·엘엔지) 운반선 2척, 17만4천㎥급 엘엔지 운반선 4척, 8만8천㎥급 액화석유가스(LPG·엘피지) 운반선 2척 등 모두 2조4230억원 규모의 선박 8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6일 아시아 선사로부터 총 3674억원 규모의 4만5천㎥급 엘피지 운반선 4척을 수주한 바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2조7900억원 규모의 가스선 12척을 수주한 것이다.
최근 잇따른 수주 소식을 전하는 국내 조선업황은 2021년부터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류 대란이 벌어지면서 해운 운임이 크게 오르고 화물을 실어나를 컨테이너선 발주가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육로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중동 등으로부터 가스를 실어나를 엘엔지 운반선의 수요가 크게 늘은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21~2022년 수주한 엘엔지 운반선이 모두 58척, 총 122억달러에 달해 같은 기간 전체 수주금액의 5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 도크가 안정적으로 차면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3·4분기에 이어 3분기 연속 흑자다. 조선 건조 물량이 증가하고 엘엔지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매출 4조8424억원, 영업이익 58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주력 선종인 엘엔지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고,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메탄올 등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역시 발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7년 3분기 이후 무려 22개 분기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매출 1조6051억원, 영업이익 196억원을 달성한 결과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여러 선사들이 너도나도 엘엔지 운반선을 발주하고 있어 수주량이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산업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잠정)’을 보면, 선박 수출액은 16억2000만 달러(약 2조170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59.2% 늘었다.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수출이 증가한 건 선박과 자동차, 일반기계 등 3개 품목 뿐이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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