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경북 포항시 영일만 1일반산업단지에 조성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에코프로비엠 누리집 제공
600% 이상 올랐던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 폭등이 12일 한풀 꺾였다. 2035년 전세계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이 6160억달러(약 8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SNE리서치) 속에 주가가 한없이 오르다, 이날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과도하다는 증권사 보고서들이 잇달아 나오면서부터다.
12일 이차전지 관련 기업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을 받았던 ‘에코프로’와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16.78%, 6.28% 하락했다. 이 회사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3개월여 만에 646%, 219% 각각 오른 바 있다.
이들 주가가 폭등한 것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국외 완성차 기업과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등 이차전지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에스디아이(SDI)는 지엠(GM), 에스케이(SK)온은 포드,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코치(튀르키예 기업) 등과 손잡고 배터리 공장 신설에 나선 상황이다. 이 이차전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재 등을 납품하는 회사가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비엠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1년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일본 스미토모금속광산(42.4%)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 2위(26.7%)를 기록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시설 투자를 두배 이상 늘리며 오는 2027년말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71만톤까지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더욱이 지난달 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에서 핵심광물로 양극재를 분류하면서 더욱더 기대가 커졌다. 핵심광물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재료를 수입하더라도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인 한국에서 가공하기만 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
실적도 큰 폭의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에코프로는 11일 올해 1분기 실적(연결기준)이 잠정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 늘어난 2조589억원, 영업이익은 233% 늘어난 1795억원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오른 2조105억원, 영업이익은 203% 늘어난 1073억원이라고 집계했다.
다만 현재의 주가 수준이 예상 실적에 견줘 과도하다는 게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의견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2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2027~2030년 선반영한 주가’라며 “주가 조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비엔케이투자증권도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투자 의견은 ‘보유’로 하향한다”고 봤다. 하나증권은 지주회사인 에코프로에 대해 면밀한 적정 가치 검토가 필요하다며 목표주가는 올렸지만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매도’로 바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1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환경보호청의 연비 규제 등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낙관적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면서도 “배터리 양극재 회사들에 대한 과다한 맹신과 부풀려진 기업 정보가 늘어날수록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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