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개최된 ‘SK이노베이션 제1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처음 신설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SK이노베이션 계열 경영진이 주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SK이노베이션 김양섭 재무부문장,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 SK온 지동섭 사장, SK지오센트릭 나경수 사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 에스케이온(ON)의 물적분할 이후 주가 하락으로 불만이 많은 소액 주주 달래기 카드를 내놨다. 2년 뒤를 목표로 하는 에스케이온의 기업공개(IPO) 때 이 회사의 주식을 교환해준다는 게 뼈대다.
김양섭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부사장(재무부문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에스케이빌딩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 뒤 연 ‘주주와의 대화’ 행사에서 “주식교환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 매수 과정을 거쳐 주식을 사들인 뒤 이에 응한 주주들에게 대가로 에스케이온 주식을 나눠준다는 것이다. 또 공개매수로 취득한 주식은 모두 소각한다. 성장 가능성 높은 주식을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동시에 자사주는 팔아,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주가를 띄운다는 구상인 셈이다.
또 2024~2025년 사업연도 배당 가이드라인으로 최소 주당 2천원 수준의 현금 배당과 에스케이온 기업공개 이후 주식을 팔아 특별배당을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김 부사장은 언급했다. 에스케이온의 기업공개 시점은 “충분히 수익성이 확보되고 안정적인 시점, 빨라야 2025년 이후로 생각한다”고 김 부문장은 밝혔다. 주주 달래기 정책이 발표되면서 이날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주가(18만7200원)는 전날보다 13.8% 뛰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이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주주들의 불만이 꾸준히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2021년 9월 물적분할을 통해 배터리 부문을 에스케이온으로 분사하면서 30만대까지 올랐던 이 회사 주가는 1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물적분할로 핵심 미래 사업을 분리하면 기존 회사 가치는 그만큼 하락하게 돼 주주들은 피해를 본다. 반면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규모 신규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번 방안이 주주들의 마음을 사기에는 부족하다는 시선도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밸류(가치)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에스케이온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할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이노베이션 주식 가치가 낮아져 있는 터라 이 회사의 주주가 받을 수 있는 에스케이온 주식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은 “특별배당까지 감안하더라도 주주환원율이 30%대에 불과하다”며 “미국과 유럽 기업의 주주환원율이 80∼90%임을 감안하면 주주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율은 통상 당기 순이익에 견준 배당액과 자사주 취득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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