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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정부, 미국과 반도체법 보조금 협상 나선 가운데 기업들 “완화 기대”

등록 2023-03-09 18:48수정 2023-03-10 02:44

초과이익 공유 등 보조금 조건 지나쳐
안덕근 본부장 등 방미해 협상 나서
최종 결론은 4월 한·미정상회담서 날 듯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팹.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팹. 삼성전자 제공

52조원에 이르는 미국의 반도체 투자 보조금이 기업들에게 점점 “조악한 장식물로 치장한 크리스마스 트리”(<파이낸셜타임스>)로 변해가고 있다. 허울만 그럴듯할 뿐 실상은 ‘개살구’와 다름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의 세부 지원계획을 내놓으며 제시한 반도체 시설 공개, 초과이익 공유 등의 조건들이 국내 기업들을 복잡한 함수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처지로 내몰고 있다. 보조금을 받는 대신 중국 반도체 투자 제한 조처를 따르게 하는 조건(가드레일)도 이달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정책에 대해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을 미국 정부와 협상해 완화하기 위해 이날 미국을 찾았다.

안 본부장이 말한 ‘문제 부분’은 보조금 사용 확인 목적의 반도체 생산시설 공개, 초과이윤 공유, 중국 반도체 투자 제한 등을 뜻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전체 투자비의 5∼15% 수준인데, 고객이 원치 않는 생산시설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2021년에도 미국 정부가 고객 명단을 요구했는데, 민감한 고객 정보는 제외한 채 제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이익 공유도 반도체는 업황의 고저가 다른 업종보다 훨씬 큰 데, 이익은 미국 정부와 나누고 손실은 기업만 부담하도록 하는 조건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가드레일 조항도 중국 생산시설에서 전체 반도체의 30∼40%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에겐 큰 부담이다. 지금은 1년 유예를 받은 상황인데, 다시 1년 이상의 유예를 받을 수 있을지가 향후 중국 생산시설 유지 및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보조금 포기하고 미국 투자를 중단하기도 힘든 처지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반도체 후공정 시설과 연구개발(R&D)센터 건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투자는 단순히 생산시설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포함되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화학공학)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토론회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한해 몇가지 특혜가 주어진다”며 “미국이 만들려는 반도체 표준 로드맵 센터에 참여하는 우선권이 주어져, 보조금을 안 받을 경우에도 간접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 반도체 시장을 위해선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우리 기업이 시간을 갖고 중국에서 발을 뺄 수 있도록만 해준다면 ‘울고 싶은데 빰 때리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미국이 제시한 각 조건들의 영향을 꼼꼼히 따져보며 정부의 협상력만 쳐다보는 상황이다. 또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미국의 조건을 따져 투자 시기와 규모 등을 고려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초과이익 공유나 중국 투자 등에 대한 조건을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조금 신청은 3월31일부터 시작한다. 기업은 신청하기에 앞서 21일 전에 먼저 의향서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에선 ‘미국이 제시한 조건의 최종판은 다음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결론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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