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걸린 휘발유와 경유 가격표. 연합뉴스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8개월 만에 다시 역전됐다.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싸졌다.
2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23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판매 경유 평균 가격은 ℓ당 1578.37원으로 휘발유 가격(1579.28원) 아래로 내려왔다. 경유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휘발유 가격을 앞질렀다가 8개월여만에 다시 더 저렴해진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이날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 휘발유 가격은 1579.32원으로 전 날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경유는 1574.31원으로 4.06원 내렸다.
국내에선 세금이 더 많은 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 수급 차질이 빚어지며 지난해 5월11일 경유 가격(1947.59원)이 휘발유 가격(1946.11원)을 넘어섰다. 이후 휘발유 가격이 경유 가격을 다시 앞지르기도 했지만, 6월13일 이후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현상이 8개월 넘게 지속돼 왔다. 경유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가격 차이가 230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기름값 절약을 위해 디젤(경유)차를 선택한 소비자들과 디젤 화물차를 운행하는 기사들이 유류비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 1월1일부터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 폭이 37%에서 25%로 축소됐고, 경유 유류세 인하 폭은 37%로 유지되면서 가격 차가 좁혀졌다. 여기에 유럽의 난방용 발전 수요가 줄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줬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국제 경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향후 2∼3주 간은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정책에 따라 인하 폭이 조정될 경우 가격 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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