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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자사주 마법’으로 총수 일가 지분 13% 늘때 ‘개미’는 6% 줄었다

등록 2023-02-23 17:08수정 2023-02-24 01:39

지주회사 전환 인적분할 82건 분석 결과
“지배주주 자사주 남용 막는 규제 필요”
현대백화점 본사 사옥.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백화점 본사 사옥.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자사주의 마법’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꾀하다 실패했다. 개인 투자자 등 외부 주주들이 임시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경제적으로 실질 가치가 없는 자사주가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에겐 지배력 확대에 도움을 주는 반면, 외부 주주에겐 지분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세미나에서 ‘인적분할과 자사주 마법’이라는 보고서를 내어 이같이 밝혔다. 2000∼2021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144건을 분석한 결과다. 자사주의 마법은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회사의 자기주식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배정된 지분만큼 지배주주의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인적분할 144건 가운데 지주회사 전환 관련은 82건이었다. 이들 기업의 자사주 지분율은 인적분할 36개월 전 평균 7.40%에서 인적분할 3개월 뒤에는 9.07%로 1.67%포인트 늘었다. 반면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한 인적분할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2.98%에서 4.26%로 1.28%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주회사 전환 인적분할 기업의 자사주 지분율이 두 배 이상 높고, 인적분할 시점까지 증가 폭도 컸다. 김 연구위원은 “자사주 마법을 염두에 두고 인적분할 이전에 자기주식 지분율을 증가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적분할 뒤 자사주에 따라 배정된 신설법인 신주를 존속법인 주식과 맞교환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과정을 거쳐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키웠다. 지주회사로 전환된 인적분할의 경우 지배주주(개인)가 평균 27.01%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자사주의 마법을 거쳐 지주회사가 된 존속회사 지분율은 45.89%, 신설회사는 9.08%를 갖게 됐다. 반면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한 인적분할에선 지배주주가 기존 25.57% 지분율이 존속회사 25.86%, 신설회사 21.47%로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자사주의 마법으로 개인 투자자 등 외부주주의 보유 비중은 줄었다. 시가총액으로 지배주주(개인·법인)의 비중이 34%에서 47%로 13%포인트 증가하는 반면 외부주주는 57%에서 51%로 6%포인트 감소했다. 김 위원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의 비용을 결국 외부주주가 지불하고 있는 것이며, 기업구조조정의 시너지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과실은 지배주주와 외부주주 사이에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관련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주회사는 기업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려고 도입했는데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이 적극 활용돼 외부주주의 부가 편취되는 결과를 낳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근본적으로 자사주의 결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일관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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