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15일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심포지엄에서 연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박정호 에스케이(SK)하이닉스 대표이사(부회장)가 반도체 감산 계획과 관련해 “엄청난 감산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올해 시설투자 50% 이상 축소와 감산 등을 예고했지만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전날 삼성전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부회장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심포지엄에 참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공급이 초과할 때는 ‘슬로우 다운’을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감산하는 것도 경쟁력 차원에서는 좋은 게 아니다”며 “경쟁력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2·3위 업체인 에스케이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지난해 말부터 투자 축소와 감산을 단행했지만, 삼성전자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허리띠 졸라매기’를 심하게 할 경우 격차가 더 커질 우려를 내비친 셈이다.
박 부회장은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현지 생산시설 건립 시 지원을 받는 대신 10년간 중국 투자가 제한되는 내용의 ‘가드레일’과 관련해선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걸 완화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해 보이고 어느 정도 호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가드레일 내용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보다 유리한 내용으로 이끌기 위해 워싱턴 사무소 인력을 늘리는 등의 대응을 해왔다.
박 부회장은 또한 “글로벌팹에 대한 리매핑(remapping·재배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는 물론 중국 현지 공장과 미국에 새로 지을 생산시설 등을 불확실성이 커진 지정학적 상황에 맞춰 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