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국내 최초로 건립된 민간 엘엔지 터미널 전경. 연합뉴스
지난달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두고, 민자발전사 전반의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중장기적인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높아진 원전의 위상과 민자발전사가 직면한 불확실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앞서 정부가 지난달 12일 확정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10차 전기본)은 2022~2036년까지 어떤 전력들을 사용해 전 국민의 전력 수요를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2030년을 기준으로 원전 32.4%, 석탄 19.7%, 액화천연가스(LNG) 22.9%, 신재생에너지 21.9%의 전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2036년에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모두 30% 이상으로 높아지지만, 석탄(14.4%)과 엘엔지(9.3%) 발전 비중은 2030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한다. 수소와 엘엔지 혼소 등 기타 발전원 비중은 11.1%다.
2일 보고서를 보면, 한신평은 10차 전기본에 따라 가동 후 30년을 넘는 노후 석탄발전 28기(13.7GW)가 예정대로 폐지될 계획이며, 올해 중 공개될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소의 평균 수명인 30년을 채우지 못하고 상업운전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엔지 발전에 대해서는 노후 석탄발전설비의 엘엔지 전환(28기·14.1GW)과 현재 진행 중인 여주 복합, 통영 천연가스, 울산지피에스(GPS) 등의 신규 설비(4.3GW) 건설을 통해 설비 용량은 확충될 예정이나, 2036년 엘엔지 발전 비중 9%(수소·엘엔지 혼소 발전 포함 13%)를 고려할 때 원전·신재생·석탄발전보다 낮아 원가경쟁력이 낮은 설비 순서로 가동률 저하 추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10차 전기본에는 발전원별 시장 다원화와 발전사간 경쟁 강화를 목표로 한 전력시장 개편 내용도 포함됐다. 기저발전, 저탄소전원 등 발전원별로 전력거래시장을 구분하고, 가장 높은 변동비를 기준으로 전력도매가격이 결정되는 현행 변동비 반영(CBP) 방식을 전환한다. 발전사가 자율적으로 선정한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가격입찰제(PBP) 방식으로 바꾼다.
이 부분 역시 민자발전사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한신평은 “지난해 12월 시행된 긴급정산상한가격제도(SMP상한제)에 이어 발전사간 경쟁을 유도하고 수익성에 부정적 방향으로 기존의 정산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도 민자발전사 전반의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중장기적인 사업 불확실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이어 “이러한 전력믹스의 변화는 한국전력의 100%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의 전력시장 내 입지 강화와 최근 급등한 석탄, 엘엔지 연료비 비중 감소 등을 기대할 수 있는 한전에게는 긍정적이다. 반면 엘엔지 발전 위주의 민자발전사에는 엘엔지 발전의 입지 및 역할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 사업안전성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이 각 발전사 공시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주요 민자발전사는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 포스코인터네셔널, 한화에너지, 지에스(GS)파워, 지에스이앤알(GS E&R), 지에스이피에스(GS EPS) 등이다. 에스케이이엔에스는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등 가스전과 엘엔지 판매, 포스코인터네셔널은 버마 마하 가스전과 세넥스 육상광구 탐사와 개발, 지에스파워는 부천 열병합발전소 현대화 사업에 각각 수조원씩을 투자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주요내용과 향후과제’ 보고서를 내놨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 수정안’과 탄소중립·에너지 최상위 계획인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 올해 수립되면 10차 전기본에서 설정한 발전원 구성이나 계획 등이 대체되는지 입법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유도하는 10차 전기본 추진 과정에서 일자리 문제 등 지역 경제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에너지정책 방향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국회의 견제 기능 강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행 법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확정하기 전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하고, 전기본에 대한 국회 동의를 받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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