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제1공장 모습. 얼티엄셀즈 제공
국내 배터리 산업은 자동차 업계와 달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혜택을 볼 대표 영역으로 꼽힌다. 인플레 감축법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북미 지역에 진출한 상태라는 사정도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배터리 얼라이언스-산업경쟁력 분과 회의’에서 “인플레 감축법 등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으로 인해, 증가한 미국 내 전기차 수요의 상당 부분이 국내 배터리 기업을 통해 충당될 것이며,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26.5%에서 2025년 69%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인플레 감축법이 전기차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미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것이란 예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지난달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 ‘제3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계기로 출범한 민관 협의체로, 2차전지 산업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모임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4%(2021년 기준)에 불과하고, 3대 시장 중 가장 낮은 상황”이라며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서 ‘전기차 침투율’이란 자동차 관련 산업 전체에서 전기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을 이루는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각각 14%, 11%로 집계돼 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에서 2025년 4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미 인플레 감축법의 세액공제 제도를 활용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모는 2025년까지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까지 배터리 3사가 미국 내에 건설하려는 공장의 총투자비가 40조원 규모라는 예상에 따른 추정치다. 인플레 감축법에 따라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때 1kWh당 35달러씩 세액공제(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를, 미국 내 배터리 제조시설 설치·확장 때 투자금액의 6~30%에 해당하는 공제 혜택(청정제조시설 투자세액공제)을 제공하게 돼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내 생산 규모는 2021년 39GWh에서 2025년 442GWh로 11배 이상 커질 것으로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다만, 세액공제의 구체적 지급 요건 등(미 재무부 가이던스)이 확정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낙관적인 관측과 결을 달리하는 신중론도 있다. 중국에 기반을 둔 배터리 업체들도 잇따라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어서다. 이와 별개로 국내 업체들이 국외에서 생산 시설을 늘리는데 따라 국내 기반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미 인플레 감축법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수시로 개최해 공급망 강화, 투자 확대, 기술확보 등 과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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