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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현장] LNG 운반선 경쟁력 비결…‘무결점 5.5㎞ 용접기술’

등록 2022-12-13 08:00수정 2022-12-13 08:21

현대삼호중공업 LNG 조선소 가보니
용접 로봇팔이 거대 화물창 ‘자동용접’
2차방벽 시공·관리 능력이 핵심 경쟁력
전남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전경. 현대삼호중공업 제공
전남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전경. 현대삼호중공업 제공

용접 로봇이 용접할 부위를 따라 설치된 레일을 타고 이동하며 바닥에 놓인 두 철판을 잇고 있다. 레일 위 몸체에 달린 로봇 팔이 철판과 수직을 유지하며 용접을 한다. 철판이 굴곡진 부분도 문제없다. 로봇 팔이 회전해 철판과 직각을 유지하며 용접을 지속한다. 산 모양으로 위로 볼록 튀어나온 용접 부위를 만나자, 로봇팔이 획 누워 솟아오른 철판과 직각을 유지하며 용접을 이어나간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로봇 팔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에 붙이는 철판을 용접하는 장면이다. 이 로봇 덕에 굴곡진 철판도 인력 투입 없이 고품질 용접이 가능하다.

지난 9일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에 들어서자, 곧 선박 모습을 갖추게 될 거대한 블록들이 늘어서 있었다. 키가 낮은 운반선이 거대한 선박 블록을 이고 조심스럽게 운반한다. ‘소조립’ 공장에서 ‘대조립’ 공장으로 이동할수록 점차 선박 모습을 갖춰나갔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총면적 92만평 규모에 이르는 조선소로, 드라이도크 2개, 육상건조시설 1기, 골리앗크레인 6기 등을 갖췄다.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 조선소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용접 로봇이 굴곡있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 안태호 기자
현대삼호중공업의 용접 로봇이 굴곡있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 안태호 기자

특히 엘엔지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장에서 만난 현장관계자는 “삼호중공업만의 중량물 운반 기술을 토대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육상에서 엘엔지 운반선을 건조하고 있어 효율이 높다. 올해부터 매년 엘엔지 운반선을 10척씩 건조하는 시스템을 갖춰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총 39척의 엘엔지 운반선을 완성해 인도했고, 현재 39척의 수주 잔량도 보유 중이다. 회사 매출의 절반가량을 엘엔지 운반선 건조로 달성하고 있다.

부두 모양의 안벽에 다가서자 거대 선박들이 줄지어 붙어있다. 안벽은 선박을 바다 위에 띄워 놓은 채 인력들이 드나들며 내부 작업을 하는 공간이다. 건축으로 치면 건물을 다 만든 뒤 내부 인테리어를 하는 단계다. 그 가운데 내년 6월 인도될 17만4천㎥급 엘엔지 운반선에 올랐다. 선박 길이는 299m, 넓이와 높이는 각각 46.6m, 26.5m에 이른다. 가파른 통로를 올라 선박 외벽 중간에 자리한 입구로 들어서자, 파이프가 좌우로 촘촘하게 연결된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바로 영하 165℃의 액화천연가스가 담길 화물창이다.

극저온 액체가 선박 외판에 닿으면 작은 충격에도 선체가 파손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액화천연가스 화물창은 1차·2차 방벽을 두텁게 두어 혹시 모를 누출에 대비한다. 이날 방문한 화물창은 2차 방벽 작업을 모두 마치고, 1차 방벽을 위한 보온재를 붙이고 있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 중인 LNG운반선 화물창 내부 모습. 안태호 기자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 중인 LNG운반선 화물창 내부 모습. 안태호 기자

화물창 건조를 총괄하는 조상선 책임매니저는 “2차 방벽에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차 방벽엔, 트리플렉스라는 천을 접착제로 바르게 돼 있어 손기술이 중요한데, 한국 작업자들의 능력이 상당히 우수하다. 중국이 2차 방벽 시공 및 관리 능력 부족 탓에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접 자동화도 이 회사 경쟁력의 큰 축 가운데 하나다. 엘엔지 운반선 건조는 같은 급의 일반 상선에 비해 통상 5개월 가량 더 걸린다. 화물창 제작 과정이 추가되서다. 화물창 안 용접 부위만 한 척당 5.5㎞에 달한다. 이 용접 작업을 얼나마 빠르고 정교하게 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이 때 용접 로봇이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고 한다. 한 화물창당 8대의 로봇이 모서리 부분을 제외하곤 동시에 작업을 진행한다.

이승환 사업기획담당 상무는 “화물창 용접을 모두 마무리한 뒤 용접 부위 누수 여부를 두세번 가량씩 테스트하는데, 보통은 일부 누수 지점이 발견돼 보수 작업을 하기도 한다”며 “최근 건조한 엘엔지 운반선 3척 모두 연속으로 누수 지점 없이 작업을 완료했다. 쉽게 이루기 어려운 성과다. 선박 3척의 화물창 용접 부위 길이를 이으면 16.5㎞에 달한다”고 말했다.

영암/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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