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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영국,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제동…“독과점 해소 방안 제출하라”

등록 2022-11-15 14:58수정 2022-11-16 18:31

“항공권 가격 상승과 서비스 하락 예상
독과점화 폐해 해소방안 21일까지 내라
추가 방안 보고 28일 심층심사 여부 결정”
대한항공과 진에어 여객기들.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진에어 여객기들. 연합뉴스

영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항공권 가격 상승과 기내 서비스 하락 등 ‘독과점’ 폐해가 예상된다며 해소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합병 승인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인천~런던 노선 일부를 영국 항공사에 내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15일(한국시간) 누리집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런던~서울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서비스 품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경쟁시장청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사 업무를 맡고 있는 콜린 라프터리 선임 이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우리의 우려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거래는 보다 심층적인 조사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과 유럽연합 등의 기업결합 심사는 당사자로부터 경쟁제한성 발생 평가 및 해소 방안에 대한 계획을 받아 심사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면 심층 조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쟁시장청은 대한항공 쪽에 11월21일까지 시장 경쟁성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 조치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대한항공 쪽의 경쟁 제한성 해소 방안을 보고, 28일까지 대한항공의 제안을 수용할 지, 심층적인 2단계 조사에 착수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쟁시장청은 여객 수송뿐 아니라 항공 화물 운송에서도 “독과점화로 인해 더 높은 운송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영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이 런던~인천 노선을 운항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영국 정부가 (운수권이나 슬롯 등) 자국 이익을 위해 지원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며 “영국 입장에서는 조건 없이 합병 승인을 해줄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영국이 대한항공에 기회를 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한항공은 독과점 해소라는, 정답이 있는 시험지를 받아든 것이다. 그 답만 잘 써 제출하면 영국도 승인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한 "독과점화 해소를 위해 대한항공이 버진애틀랜틱항공 같은 영국 외항사에 노선을 내어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5개 나라에서 모두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총 14개 나라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 결합 승인을 신청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터키·대만·베트남 등 9개 나라에선 승인을 받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공 강국인 미국과 유럽연합의 결정이 다른 국가들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심사가) 내년께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은 “영국 정부의 경쟁 제한성 시정 방안 보완 요구 발표가 최종 결정은 아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추가 시정 조치 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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