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대형 크레인이 23만t급 HMM 로테르담호에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경기부진에 따라 해운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해운 운임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기 노선의 해운(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9주째 떨어졌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확산 영향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며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을 이어가던 해운업체 실적도 3분기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달 28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매주 금요일 발표)는 1697.65로 전주(1778.69)에 비해 81.04 떨어졌다. 두달 전인 9월2일에 비해서는 1149.97 내려갔다. 이 지수는 올 1월 5109.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하다 지난 6월 소폭 상승했으나 다시 19주째 하락하며, 연중 최저로 떨어졌다. 9~10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화물 운송 수요가 늘어나는 때이지만, 운임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 부진이 심화하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하락세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6.1%)의 절반 수준인 3.2%로 전망했는데, 그만큼 물동량 감소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로 올해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해운업체 쪽에서 보면, 배가 부족해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던 ‘호시절’이 끝나고 ‘혹한기’가 시작된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공급과잉 현상까지 겹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에이치엠엠(HMM) 등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선박 공급량을 빠르게 늘려온 해운사들이 해운 시황과 운임지수 하락 추이에 더 민감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국해운수산개발원이 지난 31일 내놓은 ‘주간 해운시장포커스’에 따르면, 현재 컨테이너선 발주잔량은 700만TEU(20피트 컨테이너)로 총 선대(해운사가 보유한 선박)의 27.4%이고, 이 가운데 500만TEU는 2023~24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는 ‘글로벌 해운물류동향 10월호’에서 “수요 둔화, 운임 하락, 용선료 하락, 선가 하락 등 컨테이너 시장의 침체가 전방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선사들의 선복(적재 가능 컨테이너수) 감축 노력만으로 해결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런 현상이 최소 2024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컨테이너 분야는 2023년도 실적이 2022년에 견줘 70%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023년 이익 규모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1000 이하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75%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운 업계에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1500과 1000을 지날 때를 주요 변곡점으로 본다. 1500은 해운사들의 출혈경쟁이 시작된 2012년 5월과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한 2020년 10월 수준의 지수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이전에는 1000을 밑돌았다. 업계에선 “1500과 1000을 지날 때마다 버틸 수 있는 업체만 살아남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장·단기 물동량 계약 비중 차이나 발주한 새 선박의 선복, 용선 계약 내용 등에 따라 ‘마지노선’ 운임지수는 선사별로 다를 수 있다.
양홍근 한국해운협회 상무는 “그동안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운임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다시 재조정되는 편이고, 근해나 동남아 지역을 오가는 운임 변동은 크지 않은 편”이라며 “경기 부진 영향으로 어떤 변화가 더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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