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TV 운영체제 ‘웹-오에스’가 탑재된 스마트티브이 화면. LG전자 제공
세계 티브이(TV)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스마트티브이 운영체제(OS)를 통한 매출 확대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익을 떠받치는 ‘효자’ 노릇을 기대해서다.
박형세 엘지전자 에이치이(HE)사업본부장(부사장)은 19일 직원 간담회에서 “스마트티브이 보급이 늘면서 디지털광고 시장이 미국은 물론 다른 국가에서 확대될 것”이라며 “관련 분야 인력 보강과 프리미엄 콘텐츠를 엘지 채널에 넣는 등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엘지전자 스마트티브이 운영체제인 ‘웹-오에스(web-OS)’ 관련 매출을 강조한 것이다. 엘지전자는 올 들어 스마트티브이 운영체제로 벌어들인 매출이 분기당 1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티브이사업 분기 매출이 3조5천억원(2분기)이어서 매출 비중은 작지만, 매출이 곧 영업이익이라 수익률 방어에 큰 공헌을 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스마트티브이는 전체 티브이 판매 가운데 2020년 85.1%, 2021년 88.5%를 차지했고, 올해는 90.3%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운영체제를 통한 매출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엘지전자는 2020년 미국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기업인 알폰소를 8천만달러를 들여 인수하는 등 생태계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알폰소는 북미 지역 1600만 가구의 티브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운영체제에 추가했다.
운영체제를 활용한 매출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다른 티브이 제조사가 엘지전자 운영체제를 탑재할 때 대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 아르시에이(RCA)와 일본 제이브이시(JVC) 등 외국 티브이 제조업체들이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대신 엘지전자 것을 채택하고 있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20여개 업체에서 올해 200여개 업체로 늘었고,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엘지전자가 무료로 제공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에 앞서 맞춤형 광고를 시청할 때 매출이 발생한다.
티브이 리모컨에 넷플릭스·아마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를 위한 전용키를 넣거나 티브이 화면에 해당 앱을 나열할 때도 매출이 발생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오티티 수요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분기에 비해 구독자가 241만명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아마존, 디즈니 등도 적극적으로 오티티 서비스에 나서고 있어 엘지전자도 관련 매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운영체제 ‘타이젠’이 탑재된 삼성전자 스마트티브이 화면. 삼성전자 제공
자체 운영체제를 엘지전자보다 일찍 선보인 삼성전자는 생태계 확대에 좀더 힘을 주는 모습이다. 한때 안드로이드에 대항해 스마트폰에 주로 쓰였던 삼성전자 ‘타이젠(Tizen)’은 이제 티브이와 냉장고 등을 통해 소비자를 주로 대면하고 있다. 자체 운영체제를 활용한 매출은 스마트티브이에 동영상서비스 업체의 앱이 탑재될 때나 무료 콘텐츠인 ‘티브이플러스’를 시청할 때 따라붙는 광고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티브이는 물론 냉장고·스마트폰 등 전반적인 기기 연결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료로 타이젠을 제공하고 있고, 이를 탑재한 다른 업체들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타이젠은 현재 현재 약 200개 국가, 2억 가구의 스마트티브이에 탑재돼 있다. 또 지난달에는 호주 업체 템포가 탑재했고, 이달 중에는 터키·중국 업체도 합류할 예정이다. 김용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올해는 타사 제품에 처음으로 (타이젠이) 적용됐다”며 “더 많은 국가와 브랜드, 제품에 타이젠 운영체제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티브이 운영체제 점유율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42.2%로 가장 많다. 또 삼성전자 타이젠과 엘지전자의 웹-오에스가 각각 21.4%, 13.2%로 뒤를 잇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